고양이가 그리워 한 생쥐

조반나 초볼리

by 릴리안

옛날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어요.

머릿속이 온통 생쥐 생각으로 가득한

잘생긴 줄무늬 고양이였어요.

고양이는 하루 종일 생쥐 생각만 했어요.



제목과 책의 소개글, 그리고 표지에 그려져 있는 잘생긴(?) 고양이를 보고 일본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에’가 떠올랐다. 그 책처럼 고양이와 생쥐의 친구 이야기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짐작했다. 고양이는 끊임없이 생쥐를 떠올린다. 그런데 어떤 아는 생쥐를 떠올리는 게 아닌 것 같다. 한 마리의 생쥐를 떠올리기도 하고, 두 마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어떤 날은 이웃에 사는 고양이가 노래를 부르는 걸 들으며 여든여덟 마리의 생쥐가 보이기도 하고, 비행기 소리로 귀가 아플 때는 백마흔 네 마리의 생쥐가 떠오르기도 한다. 고양이가 떠올리는 생쥐들이 무척이나 귀엽고 종류도 다양해서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 흥미진진했다.


계속해서 생쥐를 떠올리던 고양이는 친구들이 와도 반기지 않고 생쥐만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찾아온 손님은 바로 고양이가 떠올리던 생쥐들 중 유일하게 흐릿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생쥐 한 마리였다. 고양이에게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 희미한 생쥐였는데 “억지로 생각하지 않아도 언젠가 편안해지거나 혹은 용기가 생기면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겠지.”라고 생각한 바로 그 생쥐였다. 드디어 그 생쥐를 만났으니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잔뜩 기대를 했는데 세상에 그냥 둘이 차를 마시고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생쥐는 사라지고 고양이는 그날부터 동네 고양이 친구들과 낚시를 가고, 산책을 다닌다. 마지막 페이지는 “또 자기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생쥐들이 사려고 했던 바로 그 장화를 한 켤레 구입했어요.”로 끝난다.


다 읽고 책을 덮고 잠시 고민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거지. 그러다 아이 함께 놀이터에 들러 아이는 그네를 타고 나는 놀이터 그네 주변을 빙글빙글 걸었다. 이 그림책은 무슨 이야기지? 내가 뭘 읽은 거지? 생쥐와 고양이는 참 귀여운데 뭘까? 그러다가 희미한 윤곽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고양이였다. 작가는 자신이 글을 쓸 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거구나. 그래서 고양이는 ‘잘생긴 줄무늬 고양이’였구나. 자신을 잘생긴 고양이라고 표현하는 작가의 자신감 뿜뿜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글이 머리에서 손으로 내려와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만은 아주 잘 표현한 그림 책임에는 분명했다.


느 하나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그것을 생각하는 고양이, 그것에 온전히 모든 것을 활활 태우고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오는 고양이는 작가의 말대로 드디어 잘 생겨 보였다.


고양이와 쥐 외에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잘생긴 고양이'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잘생긴 고양이가 머릿속 생쥐에 사로 잡혀서 가지 않겠다,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문을 두드리고 산책 가자고, 낚시 가자고, 골동품점에 같이 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두드리고 기다려준다.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고양이는 대단한 창작자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친구가 무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머릿속에 들어가 본 것이 아니니까) 곁에 있어주는 그 친구들이 있기에 마음속에 들끓는 열정을 가진 녀석이 상상 속의 세계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적절한 균형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삶과 상상의 세계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사람은 결국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우리 삶의 균형은 내 머릿속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걸 작가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재미난 표현의 작가에세이 한편을 읽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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