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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Jul 08. 2021

달리기를 했다.

오늘부터 나를 돌보기로 했습니다.(박현희 지음;뜨인돌;2021)

모든 변화의 성장은 매일의 사소함으로 구성되어있다. p. 118

곰에서 사람이 되는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시즌 4까지 했었다. 시작은 어쩌다 보니 였지만 우리는 진지하게 100일을 채웠고, 100일이 지날 때마다 서로에게 아낌없이 칭찬해주었다. 지금은 모두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쉬고 있지만 얼마 전에 만나 2학기가 되면 다시 시작하자고 서로의 일정을 챙겼다. 나만해도 매일 글쓰기에 길들여져 한동안 뭐라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었던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던 100일이 그리웠나 보다고 짐작해본다.


내게 어떤 재능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건 그 자체로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p. 159

네 번의 백일을 거치는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소하게 달라졌다. 함께 글 쓰는 언니들에게 내가 쓴 글도 칭찬받고, 서로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반성 금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거의 400편의 일상 에세이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니 함께 글 쓰는 사람들과의 우정이 끈끈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린 시절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다정하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글 쓰는 자아'가 싹을 틔우는 것 같았다. 소중한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집중하는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니 내용은 중구난방 춤을 추고, 퇴고를 하지 않다 보니 일주일 뒤쯤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일단 밀어붙였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쓰고 나면 에너지가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p. 106

‘학생들이 죽기보다 싫어하지만 하면 정말 좋은 것 3종 세트(토론하기, 책 읽기, 글쓰기)’중 가장 레벨이 높은 것이 글쓰기이다. p. 93

글쓰기는 생각의 해상도를 높여준다. 단,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p. 115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알게 되는 일이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글을 진지하게 써보면서 알게 되었다. 글쓰기가 좋다는 말은 많지만 그동안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지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글감을 찾기 위해 100일 글쓰기 하는 동안만큼은 예민하고 섬세해졌다. 마음속 깊이에 숨겨두었던 오만가지가 올라오는 경험 또한 힘들었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소중한 벗들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닮아갔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우리 모두가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운동을 하고 있던 선생님의 몸 쓰는 100일 글쓰기가 그 변화의 시작이었다.


'100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 4명 중에 3명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인 나는 달리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글쓰기가 없었다면 내가 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훨씬 더 뒤의 일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냥 운동이 좋으니 하라고 하는 것보다, 운동을 하고 난 뒤의 변화를 글로 읽는 것이 효과가 컸었다. 실제로 100일 글쓰기 할 때 몸 쓰는 일을 글로 쓴 것을 보면 몸을 쓰고 싶어 졌고, 맛있는 요리의 글이 올라오면 그 요리를 하고 싶어 졌고, 꿈을 해석하는 글을 보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오래전 꿈을 혼자 해석해보기도 했다.


함께 100일 글쓰기를 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은 출간 작가였다. 그분이 우리와 글 쓰고, 글을 쓰면서 몸을 쓰는 기록을 담은 에세이를 출판하셨다. 책의 마지막에 100일 글쓰기 부록으로 우리의 글을 1편씩 실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셔서 냉큼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보내드렸다. 막상 책에 실린 글을 보니 그렇게 퇴고를 해도 아직 제대로 된 글을 쓰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좌절했지만 그동안 높아진 자존감으로 극복했다.  책이 출간되고 작가님께서 원고료라며 맛있는 밥을 사주셨다. 출판사에서는 출간 책 3권과 출판사에서 출판한 다른 책 1권 학교로 보내주었다.(출판사에서 보낸 택배박스를 보는 순간 기분이 좋더라.) 내가 쓴 책은 아니지만, 글이 들어가고 책을 받으니 내 새끼 마냥 예쁘고 애착이 갔다. 책을 읽었다. 작가님의 이야기에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우리의 이야기가 있어 추억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거기다 멋짐 폭발하는 언니의 다정한 일상에 몸이 근질거렸다.  읽다 보니 달리고 싶어 진 것이다. '어째 나만 안 달리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억울해졌던 것이다.


일정표에 ‘나와의 약속’을 살그머니 적어 넣었다. 먼저 달리기 일정을 잡고 그다음에 다른 일정을 집어넣어 보기로 했다. p. 90

달리기 어플을 실행시키고 저녁에 달렸다. 책에는 여름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금세 포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지금 달리지 않으면 또 영영 못 달릴 것 같았다. 초심자를 위한 코스를 열어놓고 달리며 책 속에 있던 말들을 생각했다. 두 발이 동시에 뜨는 정도만 되면 달리는 거야. 무리하면 안 돼 그러면 다음에 달릴 수 없어 같은 말들을 생각하며 '가볍지만 진지하게'를 새기며 '나이키 런 클럽'앱의 24분짜리 'First Treadmill run'을 달렸다. 걷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속도였음에도 마지막이 가까워지자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허벅지와 배가 당겼다. 달리고 집에 와서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보며 짜릿해졌다. '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달리는지 이해가 되는 걸.' 방금 들어왔는데 또 달리러 나가고 싶어 졌다.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말이다. 딱 이 정도가 다음에 또 달릴 힘을 만들어 주는 경지라는 것이 느낌이 왔다. 잘했다. 신난다. 스스로에게 마구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매일 운동으로 나를 보살펴. 그렇게 소중히 돌보는 존재가 바로 나라고. p. 178

이렇게 말하며 직접 보여주는 작가님이 앞에 있어서 나는 달라질 수 있었다.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매일 느꼈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을 읽는 시간은 다시 한번 나를 돌보고 사랑해주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두고두고 읽으며 나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미래를 잘 가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분의 언니가 나에게 보여준 것들은 언제나 희망이었다. 고마웠고, 앞으로도 계속 그분들에게 고마울 예정이라 정말 좋다. 나도 원하는 일을 잘 찾고, 작가님처럼 실행에 옮기며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꿔 본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실행에 옮기기만 해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p.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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