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안 Jul 17. 2021

지속 가능한 꿈 하나쯤 품고 살아가려고

그린멘토(전국 환경교사모임 엮음: 뜨인돌:2014)

지금은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전공이 같아도 진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의학을 공부했다면 의사뿐 아니라 의학전문기자가 될 수도 있고, 의료복지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고, 환경성 질환 컨설턴트가 될 수도 있지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이공계에서 공부한 뒤에 로스쿨에 진학해서 환경전문 법률가가 될 수도 있고요. 미래를 좁게 보지 말고 다채로운 꿈의 지도를 그려 나가기 바랍니다. p. 87 하승수(변호사, 시민운동가)


327페이지, 50명의 멘토, 175명의 학생, 12명의 인터뷰 지도교사가 참여한 책이다. 50명의 멘토는 어떻게든 환경과 연결 지어져 있는 분들이다. 나는 환경을 위해 뛰고 있는 사람이다. 하고 띠를 두르고 현장에서 뛰는 멘토에서부터 환경과 관련 있다고 규정할 순 없지만 그런 인식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넓게 주고 있는 멘토도 있다. 인터뷰 중에는 이 책을 기획하신 편집자도 있고, 기획하게 된 단체인 환경교사모임의 대표님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까지도 알 수 있다.


머리말을 읽으니 옛 추억 몇 가지가 떠올랐다. 대학교 같은 동아리였던 조경학과 친구,  환경공학부를 간 졸업생 한 명, 그리고 대학을 가기 위한 결정을 내리던 나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책을 펴내며’에 적혀있다. 머리말을 쓴 선생님은 1992년 겨울 특별한 꿈이 없는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이 동경하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권유로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교사’라는 꿈을 갖고 진학상담과정에서 ‘환경’이 유망할 것이라는 말에 아주 생소한 환경 관련학과에 진학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데 20년 전에 유망하다고 평가받던 환경 분야는 지금도 여전히 유망한 분야로만 남아있다 ‘말한다.


조경학과를 왔던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입학할 때 앞으로 미래가 밝을 거라고 그러나 그 친구가 졸업하고도 한참이나 아니 지금도 조경학은 우리나라에서 유망하기만 할 뿐이다. 이 친구는 지금 산림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산불방지에 힘쓰고 있다. 환경공학부를 간 아이는 고1 때부터 이쪽을 꿈꾸며 관련 활동도 많이 하고, 책도 읽고 자신도 앞으로 큰 뜻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진학했다. 원하던 학과에 가니 어떠냐는 말에, 유망만 할 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과인 것 같다며 조금 아쉬워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책의 서문을 쓰신 선생님의 1992년과  비슷한 1996년의 겨울을 보냈다. 부모님이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꿈, 성적에 맞춰 진학상담에서 발견한 학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공부도 물론 필요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깊이 고민해 보는 과정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국제기구를 예로 든다면, 자기가 꿈꾸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도중에 초심을 잃기 쉬워요. 원하던 직업을 가졌다 해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종종 만날 거예요. 그럴 때 꿋꿋이 버티기 위해서라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p142 이종현(WWF에서 설립한 Earth Hour’ 한국사무소 대표)

 

그런 내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조금 한정적이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거하고 살아, 인생 길어 그러니까 천천히 찾아도 괜찮아. “ 그런 말을 하긴 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나, 내 친구가 살아온 모습과 졸업생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열정보다는 안정, 꿈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자꾸 초점이 맞추는 내 모습을 보곤 했다. 우리나라에선 대학은 나와야 하는데, 공부를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 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며 알고도 모르고도 학생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그린멘토‘책은 사회 각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환경과 사회에 대해 미처 몰랐던, 또는 알았어도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나에게 그보다 조금 더 와닿았던 것은 아주 일찍이든 조금 늦든, 아주 많이 늦었던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인터뷰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진심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 찐 ‘이다.


묻혀 있던 진실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을 보며 머리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죠. 곧바로 독립영화 제작 단체를 찾아갔어요.

몇 편의 단편 극영화 제작에 참여한 뒤 첫 다큐를 연출하며 알게 됐어요. 다큐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현실의 재구성이라는 것을요.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독립영화에 매달리는 데엔 이유가 있어요. 독립영화는 우리의 문화적 지평을 넓혀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하고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옆 사람과 손잡게 해 주거든요. p. 176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세상을 보는 눈이에요. 남들이 말하는 대로 세상을 살지 말고 자기가 믿는 대로, 자기 가슴이 원하는 일을 찾으세요. p.180 황윤(다큐멘터리 만드는 독립영화감독)


그동안 이런 청소년 대상 진로 길잡이 같은 책은 읽어보려고 시도해도 조금 읽다가 포기했었다. 청소년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성인이 보기에는 지루하고,  가벼워서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이 책은 모든 인터뷰가 쉽게 읽히면서도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그린멘토는 그린과 멘토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정분야의 직업을 일반적인 관심 주제인 환경문제로 잘 엮었다. 책 속에 좋은 멘토들을 만나서인지, 당장은 나도 이제부터 만나는 학생에게 진심을 담아 조급해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속 가능한 꿈을 꾸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지속 가능한 꿈을 가지고 계속해볼 힘을 얻는다.  

 

내가 보기에, 꿈이라는 건 어렸을 때만 꾸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삶 속에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치열하고 솔직하게 고민해서 얻어진 결과가 진정한 꿈이죠. 내 꿈은 지금처럼 지속가능 발전 분야에서 계속 다양하고 보람 있는 활동을 하며 사는 거예요. p. 191 변원정(통영 RCE사무국장)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