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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y Jun 11. 2023

업 인 디 에어 - 월터 컨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영화 '인 디 에어' 중에서



다른 승객들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스크를 잘 착용하세요.     

-노스웨스트 항공사, <탑승 전 안내문>          


소설 ‘업 인 디 에어’의 배경은 비행기, 공항, 호텔, 렌터카 안이다. 주인공 라이언이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그가 공중세계라고 부르는 세계에 푹 빠져있다. 육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고 떠돌아다니는 삶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진짜 화폐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항공사의 마일리지다. 마일리지로 살 수 없는 물건이 거의 없는 데다 인플레이션도 마일리지의 가격을 떨어뜨리지는 못하고 세금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백만 마일리지를 달성하는 것이다.      


라이언은 직업전환 카운슬러이자 동기부여 전문가다. 가끔씩 강의를 하기도 하고 자기개발서도 집필하고 있다. 직업전환 카운슬링은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 같지만 실제로는 해고된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화의 흐름을 타라’느니,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라느니 하는 뻔한 말들을 늘어놓는 작업이다. 그가 가진 모든 직업들은 뚜렷한 실체가 없는 것들이다. 직업전환 카운슬러, 동기부여 전문가, 자기개발서 작가. 이런 직업들은 현대에 이르러 생겨난 것들이고 더 많은 부를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라이언은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잠깐씩 졸도를 하는 기면증을 앓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제 자신이 하는 일의 허망함을 깨닫고 미스테크라는 새 회사로 이직하려는 중이다. 미스테크는 ‘앞선 생각을 가진 사람들, 낙천주의자들, 원대한 계획을 품은 회사’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테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라이언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미스테크 측에서 따로 연락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라이언은 미스테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사람이 원고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페덱스 번호를 남겼는데 번호를 추적해봤더니 어떤 로펌 회사의 번호였고 그 로펌의 파트너가 미스테크 창업주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증거만으로 라이언은 미스테크가 자기 평판을 조회하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라이언은 첫 일정을 위해 공항에 갔다가 벽에 부착된 수백 개의 프로펠러를 본다. 이달의 예술로 선정된 설치 미술 작품이었다. 라이언은 이 장식을 설치해준 대가로 예술가가 얼마를 받았을지 궁금해 한다. 고객의 티켓에 부과하는 공항세 중 일부는 이런 예술 작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 조카를 고용하거나 밀봉된 입찰 가격표를 미리 열어보는 높으신 분들은 이런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걸 좋아한다. 라이언은 이런 일들의 이면에 불공정함이나 범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미국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그 통찰력 하나하나가 촌철살인이다. 이 글에서는 극히 일부밖에 쓸 수 없지만 페이지마다 블랙 코미디가 가득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던 라이언은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환송을 받고 있는 두 명의 모르몬교 선교사를 발견한다. 이 청년들은 창백한 얼굴에 피곤하고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시아나 남미로 떠나는 청년들인 듯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권 도둑과 마약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다. 모르몬교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인데 이런 청년들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린 덕분인지도 모른다고 라이언은 생각한다.     


라이언은 아트 크러스크라는 기업가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아트는 한때 잘나가는 CEO였으나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사업은 재기할 가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아트와 계약이 되어 있었고 라이언은 직업전환 카운슬러로서 그를 만나 조언을 해줄 의무가 있었다. 아트를 만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라이언은 티비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유명한 증권 분석가를 보게 된다. 라이언은 그에게 여동생의 결혼선물로 사줄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증권 분석가는 기꺼이 라이언에게 주식을 추천해준다. 공중세계에서의 인맥은 값진 것이라는 생각에 라이언은 잠시 뿌듯해한다. 그의 옆자리에는 알렉스라는 여자가 타고 있었는데 라이언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데이트를 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일정이 너무 바쁜 관계로 그냥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아트 크러스크의 집은 경사가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골짜기에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는데 라이언은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엄청난 자원 낭비라고 생각한다. 땅과 노동과 비료와 기계를 과도하게 투입하지만 결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건 라이언이 쓰고 있는 원고도 마찬가지다.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나무를 벌채해서 책을 만들지만 그 책은 딱히 실체가 없는 관념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개발서. 라이언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가서 아트는 자기개발서에 대해 이렇게 품평한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쓴 책도 읽었소. <거절 극복하기>, <현실적이 되자, 부자가 되자> 등등.” 

“시각화니, 시간 분석이니 품질 분석이니. 뭐, 안 해본 게 없소이다. 온갖 허접한 것들을 다 해봤지. 한 번은 종업원들을 한 방에 넣고 여덟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 있게 한 다음 각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상자에 넣도록 한 적도 있소. 열어보진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재주를 다 부려본 거요. 그런데도 돈이 없어지더구먼. 사람도 잃었다오. 어느 날은 주 위원회에서 부당해고에 관한 통보서가 왔는데, 글쎄 내가 여종업원을 머리가 좀 돌았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며 진정서가 접수됐다지 뭐요. 근데 사실은 말이오. 그 여자가 가게 돈에 손을 댔거든. 여하간 진정서가 들어간 이후에 온갖 점검이 오더구만. 밤낮으로 조사하고 점검하고. 장애인용 화장실을 옮기라고 하질 않나. 그거 돈이 천 달러나 드는 건데 말야. 저 테이블이 비상구를 막고 있어 규정 위반이니까 벌금을 내라. 보건소, 소방서, 세무서. 생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었을 거요. 모든 사람이 여기저기 마구 찔러대니 어떻게 견디겠소?”

“경영학에선 그걸 ‘심리적 비용’이라 부릅니다.” 

“라이언, 당신은 잘 모를 거요.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뭐 하겠소? 미안하오. 근데 우리 음식이 왜 늦게 나오는지 아시오? 내가 말해주지. 주방을 관장하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한 시간 전에 마약을 얻으려고 자리를 비웠다고. 그런데 그만 스톡맨스 클럽 뒤에서 칼에 팔을 찔렸다지 뭐요. 그러니 식당 주인이 별 수 없이 지난주에 해고했던 주정뱅이 주방장을 다시 불러들였어요. 기침을 하다 양배추 샐러드에 가래를 토했다는 작자지. 인적 자원? 개뿔, 무슨 인적 자원이야, 다 인간쓰레기들이지.”     


술집에서 라이언은 아까 비행기에서 만났던 증권 분석가가 대학생 같은 아가씨와 같이 앉아 있는 걸 목격한다. 여자는 반들만들한 그의 대머리를 핥고 있었다. 증권 분석가는 엉덩이 뒤로 늘어뜨린 여자의 손에 돈을 쥐어주고 있었다. 라이언은 충격을 받았다. ‘변변찮은 나의 애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양심적으로 투자에 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때 그가 내보인 성실함. 돈 많은 사람에게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점잖아 보여도, 겉으로는 화려해도 공중세계의 이미지란 결국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라이언은 호텔에서 다시 알렉스와 마주친다. 알렉스는 사실 예전부터 라이언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라이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강의를 통해 자신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행기에서 그의 일정표까지 훔쳐보고 그의 뒤를 쫓아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목요일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라이언은 존경하는 자기개발서 저술가 샌더 핀터를 만나러 간다. 공항 의자에 앉아 있는 도중에 갑자기 공항 방송에서 자기 이름을 호출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승무원은 그런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라이언은 점점 더 사생활이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핀터를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뉴스 기사 같은 글이었는데 전에 어디에선가 읽은 것 같은 기사였다. 생각해보니 30분 전에 USA투데이에서 읽은 기사였다. 옆자리 승객은 자신이 베끼고 있는 기사에서 전치사와 형용사를 바꾸고 있었다. 라이언은 자기 서류 가방에서 USA투데이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잠시 후 라이언도 자기가 쓰고 있는 책의 원고를 다듬기 시작한다. 책의 제목은 ‘차고’다.      


‘책을 위한 주석. 소설 <차고>의 영웅은 시간을 초월하여 부유한다. 그는 자기가 아는 만큼만 자기 사업을 확장한다.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중심에 놓고 작업하지 않는다면, 자기 관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만약 그에게 전달되는 분기별 재정 문건이 없다면, 내 영웅은 그 해가 몇 년인지도 모를 사람이다. 물론 이 문건은 읽히지도 않은 채로, 난방을 위해 연료용으로 소각되지만. 역사적인 업적을 내는 자는 그 스스로가 달력 같은 존재여서, 그의 심장박동만이 유일한 시간추가 된다. 사람들이 그에게 ‘서두르라’고 말하면, 나의 영웅은 네 번째 격언(Forth Dictum)으로 대응하리라. <혁신은 중심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 밖에서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전진하는 것이 아니다>‘     


샌더를 만나고 있는데 라이언의 누나가 전화를 걸어온다. 동생 줄리가 결혼식을 앞두고 잠적해버렸다는 것이었다. 라이언은 줄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가까스로 줄리와 연락이 닿은 라이언은 줄리를 데리러 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간다. 거기서 우연히 이혼한 아내와 재혼한 남자, 성공한 부동산업자인 마크와 마주치게 된다. 비록 전처의 남편이지만 라이언은 마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라이언은 마크에게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마크는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감시하느냐고 묻는다. 라이언은 항공사의 경영진이나 광고주가 자기 일거수일투족을 캐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곧 백만 마일리지를 달성하게 되는데 단골이 몇 시간을 자는지, 어떤 방에서 머무는지, 무엇을 먹는지 같은 정보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줄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는 연착이 되고 있었다. 줄리는 비행기가 안 오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라이언은 의미심장하게 대답한다.     


“그건 안 될 걸.”

“뭐가 안 된다고?”

“돌아가는 것.”     


일단 공중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거기서 길을 잃으면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은 법이다. 줄리는 오빠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해고하는 일을 맡거나 해고된 자리를 메우는 일을 맡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산이다. 우리의 역할은 해고와 재취업 사이의 시간을 참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즉, 상처 입은 영혼들을 죽음과 굴욕, 그리고 자기 회의의 강을 건너 희망의 찬란한 바닷가가 어슴푸레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까지 실어 나르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이 희망의 바닷가로 헤엄쳐 가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고귀한 행동에 대한 계산서를 제출하고자 다시 노를 저어 사람들이 추방당한 장소로 돌아간다. 헤엄치는 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장도, 약속도 해주지 않는다. 단지 격려의 말만 소리쳐 줄 뿐이다. “버티세요! 잘하고 계시네요!” 이렇게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목적한 부두에 닿기 전에 우리가 출발했던 반대편 부두에 도착한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어깨 너머로 뒤돌아보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실제적인 용어를 쓰자면, ‘여러 사례’나 ‘일련의 기술들’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자 줄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니까 오빠는 허튼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거군.” 

“좀 놀랐어. 그런 일을 한다니.”     


줄리를 데려다주고 나서 라이언은 자신의 원고 ’차고‘의 출판업자인 드와이트를 만난다. 드와이트는 라이언이 남의 원고를 베꼈다고 주장한다. 더 정확하게는 남의 책을 읽고 그 메시지를 무의식 속에 저장하고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라이언은 말도 안 된다며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드와이트가 가져온 책을 훑어보고 그의 말이 사실임을 깨닫게 된다. 비슷비슷한 아이디어가 담긴 책들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 자기 아이디어와 남의 아이디어를 구분 못 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한 방향으로 성공만 쫓아 움직이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비유인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라이언은 약속대로 알렉스를 만난다. 알렉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라이언은 몰래 그녀의 가방을 열어본다. 가방 안에는 엄청난 양의 정신과 약이 들어 있었다. 라이언은 카지노에 들렀다가 한때 자기의 우상이었던 샌더 핀터가 마지막 남은 재산을 탕진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라이언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알렉스는 침대에 축 늘어져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한 라이언은 119를 부른다. 그러나 119가 도착하기도 전에 알렉스는 멀쩡하게 깨어났다. 알렉스는 사실 라이언을 강연회에서 만난 것이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해고당했을 때 라이언이 직업전환 카운슬러로 그녀의 회사를 방문했던 것이었다. 그날 그녀는 라이언에게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라이언과 마주쳤을 때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걸 보고 일종의 복수심에서 라이언의 뒤를 쫓게 되었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은 서로가 상당히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라이언의 직장동료가 미스테크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며 리사라는 여자를 소개 시켜 준다. 라이언은 리사에게 미스테크가 어떤 회사인지를 묻는다. 리사에 의하면 미스테크는 게놈 프로젝트라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 프로젝트이며 지도를 완성해서 금고에 넣어두면 다른 모든 회사로부터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거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유수의 큰 회사들이 돈을 벌지만 그 돈들은 다 미래의 미스테크로부터 빌린 돈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운영자금은 어디서 나오냐는 라이언의 질문에 리사는 누구나 미스테크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한다. 미리 좋은 줄에 서야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아직도 미스테크의 제품이 뭔지 파악을 못하셨군요.” 리사에 따르면 미스테크가 팔고 있는 것은 인간 유전자 지도가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였다. 이 회사에 빨리 투자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뒤처지고 말 거라는 두려움, 공포 그 자체를 판다는 것이었다.     


라이언은 오마하에 있는 미스테크 본사를 직접 찾아간다. 미스테크 본사는 커다란 창고였다. 젊고 건방진 직원이 이름 대신 아이디를 부르라며 자신을 2BZ2CU라고 소개했다. 2BZ2CU는 자신은 그냥 운영지원팀일 뿐이라며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라이언이 꿈꿔오던 미스테크란 회사도 결국 직업전환 카운슬링이나 다를 바 없는, 아니 더 위험하고 기만적인 회사였던 것이다. 라이언은 이제 자신의 욕망에 제동을 걸어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행기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공간은 점점 좀아지고 있지만 정신적인 간격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콤파스 클럽 직원이 라이언에게 그레이트 웨스트사의 사보에 라이언의 사진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백만 마일리지를 달성하게 될 특별 고객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라이언은 그레이트 웨스트사의 CEO인 소렌 모스를 만나게 된다. 백만 마일리지를 달성한 고객에게는 CEO와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소렌 모스를 통해 자신의 마일리지를 전부 아동병원에 기부한다. 갈 수 있는 곳은 이미 다 가봤고 마일리지는 더 이상 그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업 인 디 에어‘는 ’정해지지 않은, 부유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단어다. 허공처럼 실체가 없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공중에서(up in the air)‘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성공을 쫓아 우르르 한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책 중간에 라이언이 대학교를 졸업한 뒤 무전여행을 떠났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는 여자친구와 둘이서 왜건을 타고 미대륙을 횡단했다. 그 동안 여자친구는 <길 위에서(On the Road)> (미국 작가인 잭 케루악이 1951년에 친구들과의 도로 여행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성향이 강한 소설로 전후 재즈와 시, 마약에 물든 미국의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를 큰소리로 읽었다. 무전여행을 통해 라이언이 깨달은 사실은 <길 위에서>에 나오는 것 같은 미국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었다. 히치하이커들은 차를 얻어 타면 아무 말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주유소도 셀프서비스였다. 캔자스의 던킨도너츠 매장에 도착했을 때 여자친구는 읽던 책을 집어 던지고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돌아가는 표를 구해달라고 했다.     


’진정한 미국은 이 땅덩어리를 떠난지 오래였고, 우리는 그 뒤에 남은 폐허 주변을 맴돌며 여름을 보냈던 것이다. 아니, 우리가 알고 있는 폐허도 아니다. 가짜 폐허다.‘     


잭 케루악이 이 책을 집필했을 당시의 미국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이언이 젊은 시절 여행했던 미국은(이때만 해도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래전이었을 텐데도) 전반적으로 프랜차이즈화되어 획일적인 풍경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에 바치는 오마주이자 지금의 미국이 당시의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정신적으로 풍요로웠고 다양성이 살아있던 그 시절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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