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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씨 Sep 02. 2024

오평타, 오늘도 평화로운 타이완


2달 전 남편을 따라 타이완에 왔다.

기간은 2년, 장소는 타이페이에서 조금 떨어진 관광 책자에 언급되지 않는 어느 지역이다. 그리고 남편의 사무실에는 한국인이 없다. 그래서 나도 주재원 와이프들 간 교류가 없다.


2달 동안은 타이완에서의 생존을 위한 시간이였다. 물론 남편 회사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집을 찾고, 이사를 하고, 청소와 정리를 하고, 먹고 살 식료품을 파악하고, 차를 구하고, 운전면허 신청을 하고, 핸드폰 개통을 하고 아이의 학교 생활 적응을 함께 했다. 그 사이 도로에 파인 구멍에서 넘어져 습진밴드를 열흘 정도 붙여야만 하는 불편함을 가졌고 아버님 제사까지 마쳤으니 생존을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듯 싶다.


남편도 회사에 잘 다니고 아이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안하니 감사하고 이제는 나의 생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면서 지낼 것인가...???

차 타고 지나간 어느 멋진 바닷가 길



타이완에서의 시간은 방학을 고려하여 조금 일찍 마무리 짓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년 반이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참 애매하다. 차를 한 대 더 사기에도 애매하고 대만어(중국어)를 배우겠다고 어학원에 다니기도 애매하다. 이차저차의 방법으로 한인들과 만남을 시도하고 유지하는 것도 애매하다.


그렇게 애매한 마음으로 요즘 유투브를 꽤 많이 봤는데 꼬리를 물고 나오는 컨텐츠들을 보면서 알고리즘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으나 눈이 아프다. 소설을 10권 정도 몰아쳐 읽었는데 가지고 온 책이 많지 않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공부를 할까? 살림을 제대로 해 볼까? 확실한 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집순이의 삶을 보내며 자아성찰이나 사색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닌 평일 하루 몇 시간씩은 귀가 조용하고 틈틈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


이렇게 오늘도 평화로운 타이완의 시간이 간다.

자리 잡고 앉아 있을 곳을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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