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에그타르트, 도넛, 애플파이 같은 달디 단 빵도 맛있고 베이글, 바게트, 소금빵 같은 담백한 빵들도 맛있다. 한류의 영향인지 꽈배기와 크룽지 명란 바게트 같은 빵들도 쉽게 볼 수 있고 찰떡 식감이 들어간 빵이나 모찌류도 내 입맛에는 딱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콘처럼 퍽퍽한 종류의 제과 종류는 물론 한국보다 강한 맛의 레몬이 더운 날 나의 입맛을 돋군다. 다양한 곳에서 펑리수를 맛보는 것도 재미다.
생활 범위가 좁았던 초기, 호텔이나 백화점 베이커리에서 큰 만족을 했기에 역시 비싼 곳이 다르다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 동네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구입한 빵들에게도 만족감을 느끼니 나는 여기 타이완의 빵이 맛있다고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다. 거기에다 빵 값도 한국 대비 매우 저렴하니 먹지 않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호텔베이커리, 핑크 봉투 대추차까지 만원
호텔베이커리, 과일샐러드 포함 만원이 안됨
백화점 베이커리, 단팥, 슈크림, 꽈배기
동네 슈퍼에서 파는 펑리수 수준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펑리수
빵은 좋아하지만 크게 가리지는 않고 맛집을 찾아 갈 행동력과 웨이팅을 감내 할 인내력이 부족한 나는 주로 도보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질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가성비 좋은 동네 빵집을 다녔다. 그랬지만 대부분의 경우 먹고 싶은 빵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상상하고 가족들의 취향을 고려한 뒤 예산 내에서 사기 위해 주춤거렸었다. 그렇게 사온 빵들은 전반적으로 달았지만 밀가루 맛을 쫒아 계속 빵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 빵의 당도와 염도가 나에겐 너무 좋다. 한국에도 있는 제품인데 여기 와서 알게 된 다보쨈과 같이 먹는 식사빵은 정말 꿀떡꿀떡 넘어갔다. 레몬과 오렌지가 들어간 빵도 좋고 팥이 들어간 모든 빵에겐 박수를 쳤다.
한국에서는 수녀님 쨈만 먹다가 이거 맛보고 반함
그런데 나란 사람의 심리가 이상하다. 왜 없는 것을 찾는 걸까? 갑자기 포카치아에 꼿혔다. 포카치아가 먹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 만들 재료를 구하여 반죽을 시작했다. 내가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일 수는 있으나 내가 다니는 마트에선 방울토마토 한 팩이 만원이 넘는다. 블랙 올리브는 백화점과 코스트코에서도 볼 수 없었고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 종류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린 올리브 썬드라이 토마토, 로즈마리 화분을 샀다. 그리고 첫 반죽을 했다.
망했다. 오븐 팬의 가장자리로 오일이 고여서 빵은 바닥에 붙었고 겉면은 딱딱했으며 토마토는 타서 쓴맛이 난다. 동네 마트에서 구한 밀가루에 소금을 적게 넣었더니 밀가루 맛이 많이 나는데 이 나라 날씨 덕에 발효가 많이 된 걸까? 나는 싸고 맛있는 빵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왜 빵을 만든다 난리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