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

by 고은아




인생을 살다 보면,

거대한 한 사이클이 끝나고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했구나 싶은 구간이 있다.

내게는 어제가 꼭 그런 날이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기다렸던

운전면허가 나왔고,

남편에게는 잡 오퍼가 들어왔고,

시댁 가족들과 오래 함께한 강아지는

노화로 생을 마쳤다.


이 모든 일들이

하루에 겹쳐 일어났다.


돌아보면 삶에는

이렇게 큰 파도가

한 번에 밀려오는 때가 있었다.


내 삶의 일부였던 무엇인가가 사라지면

약속처럼 새 인연이 찾아왔고

새로운 경험들이 채워졌다.


끝과 시작은 늘 맞물려 있었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왔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왔다.


삶은 정말 신비롭다.

그저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거대해서

그 앞에서 고개 숙여

경건해질 수밖에 없고

너무 신비로워서 탐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요가 철학

'아난타’

무한한 우주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뱀의 형상.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문 뱀은

끝은 곧 시작임을 알린다.


기독교

부활과 영생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가는 통로다.


불교

무상과 연기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살면 살수록,

좋은 일만도,

나쁜 일만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신비로운 현실에서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충만히 삶을 살아가는 것.


비록 때로는

그게 너무 어려운 일일지라도

계속해서 노력해 보는 것.


어제의 커다란 파도가 지나가자

조금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눈앞에 놓인 내 삶의 바다를 본다.


어라,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도

크고 작은 파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네.


삶은 커다란 파도 없이도

원래 신비로운 거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속 수많은 세포는

제각기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고요하고 단단하게 '내 몸'이라는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사랑하는 인연들도 또한

시간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고,

우리의 눈빛과 목소리

마음과 관계조차

매일 새로운 숨을 쉬며

다시 태어나고 있지.


이 겨울,

생명들이 땅 속에서 고요히 숨을 고르고

머지않아 봄이와

새싹이 기지개 켜듯 고개를 들거야.


가만히 보면,

삶의 신비는 특별한 순간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늘 이렇게 조용히, 반복해서,

내 곁에 있었네.


지금 우리에게

들어오는 숨,

나가는 숨처럼.


생과 멸의 끊임없는 반복

오! 생명이여!


삶의

신비여


OM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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