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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Nov 27. 2021

첫 책을 내기까지

책을 출간하고 하루가 지났다


나는 왜 책이 쓰고 싶었을까?


시작


초등학교 때, 플란다스 개를 읽고 작가에게 화가 났었다. 이 불쌍한 소년을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는 결말을 쓰다니!


결론이 아름답기만 한 책을 쓰겠노라 다짐하며 처음으로 작가의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마음속 비밀들과 고민을 낱낱이 담았던 일기장을 엄마가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대학시절, 나름의 감성을 담아 재치 있게 쓴 SNS 속 내 글이 남들에 눈에는 그냥 우습기만 할 수도 있구나 깨달음과 함께 더 이상은 글을 쓰지 않았다.



다시 시작


그래도 다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살아남고 싶어서였다.


십여 년을 선생으로 살며 이곳저곳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더 이상은 누굴 가르치는데 목 상하지 않고 편히 밥벌이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해 3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유아 영어, 공부법 관련 책을 쓴 작가가 되어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초심을 잃 것 같다.


밥벌이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기보다는, 내가 아는 걸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던 것이다.


션이를 키우며 아이가 좋아했던 영어 놀이, 영어책을 하나라도 더 소개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알면 참 좋을 것 같은 연구를 수십 개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혼자만 영어로 말을 걸어주곤 했는데 아이와 소통이 될 수 있게 한 마법 같은 두 단어 영어공부법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아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


처음 썼던 원고에서 1/3 정도만 살아남았지만, 그래도 아쉬울 게 없다는 후련함이 참 컸다.



책 출간 후


마냥 좋을 것만 같던 출간 후 나는 아프고 말았다. 부담되고 걱정되고 신경 쓰이는 마음이 나를 체하게 했다.


나와 내 원고를 위해 노력해준 출판사에게 좋은 판매로 보답하고 싶었다. 이런 책임감은 몸살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발이 넓은 남편의 지인들은 하나둘씩 구매 인증을 해주었고 내 지인들도 나의 출간 축하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한 권씩 사 준 지인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여러 권을 구매해준 사람들에겐 '아 진짜 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구매 소식을 안 전하는 사람들에겐 서운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책이 나온 것. 나에게는 지구가 흔들리듯 특별한 일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이기도 했다.




책 쓰기의 모든 과정이 끝나.


아직 이틀이지만 지인들에게 톡을 통해 홍보하며 낯 뜨겁기도, 이 사람한테까지 소식 전해야 하나 고민도 깊어갔다. 


책을 한 권이라도 사준 고마운 지인들에게 커피나 밥이라도 사려고 하면 참으로 큰 지출이 있을 것이다.


밥벌이가 되는 게 아니라 돈 먹는 기계 같은 책 쓰기. 오늘도 책 홍보하랴 부담스러운 하루가 지나가려 한다.


내 새끼 같은 책이 잘 성장하여 살아남아주길 기도하며 고단함에 무거운 눈꺼풀을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 


내 책아, 잘 살아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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