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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Aug 20. 2022

7살 아들의 첫 태권도 심사

이번 생에 쿨한 엄마 되기는 글렀다


어린 시절 나의 기억의 대부분은 태권도와 이어져있었다. 외동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태권도를 시켜주셨던 부모님, 그렇게 8년의 수련을 이어가며 나는 가슴속에 용기를 담은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 마음속에도 태권도 정신을 담아주고 싶었다.


6살부터 매일, 하얀 띠가 붉어질 때까지 노력을 한 지 1년 6개월.


아들이 인생 첫 도전 중이다.


태권도 1품을 따러 간 아이가 눈에 밟힌다.




"너는 나중에 며느리 잡겠다."


아들을 걱정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아들은 내놓은 자식처럼 키워야 해."



하나뿐인 아들, 강하게 키우리라 다짐했는데 나도 모르게 우쭈쭈 하며 아기처럼 키우고 있던 나.



"7살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긴 하다. 심사라는 게."



남편이 한 숨 푹 쉬며 돌아선다. 자기도 속은 안절부절 인가보다.



1분이 무겁게도 흐른다.

10시부터 심사 시작, 1시간 반 안에 모든 심사가 끝난다.


코로나로 심사는 국기원이 아닌 근처 도장에서 진행되고 부모는 참관할 수 없다.


우리 아들은 71번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도장에 훨씬 앞 번호를 받은 어떤 형이 70번이 넘어가면 불리하다고 했단다. 그 의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는지 걱정을 하던 아들.


긴장스러울 심사에 엄마 아빠 없이 우리 아이가 그동안 수백 번도 더 해본 품새를 해야 한다. 



심사 전날이던 어제, 도복을 입혀 품새 연습을 시키는데 도복 소매와 바지 밑단이 너무 길어 아이 잘 때 한 땀 한 땀 꾀매 주었다. 응원과 긍정적인 기운을 듬뿍 담아.



나 어린 시절 심사 볼 때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내 자식 잘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부모 마음.



불안한 마음에 눈물까지 핑 돌아 있는데 관장님께 문자가 왔다. 아이들 잘 마치고 도장으로 복귀 중이라고.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얼른 우리 아이를 보러 가고 싶다.


수고 많았다고, 고생 많았다고,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줘야겠다.


청승맞게 눈물은 안 흘릴 거야! 단단한 나무처럼 든든하게 꼭 안아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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