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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Dec 07. 2021

감수성, 아이의 단단한 내공  

지식보다는 감성을 먼저 알게 하고 싶다


아기 때부터 함께해 온 제일 친한 인형 친구를 잃어버린 날. 


가만히 있는 인형이라기보다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며 (엄마 목소) 함께 성장해 온 형제 같은 친구.

 

감옥 놀이를 한다며 상자에 인형을 넣어두었는데, 그것을 재활용해버린 아빠.


수개월이 지나도 노아 (인형 이름)의 이름은 금기어였을 정도로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생채기를 준 사건이었다.


자기가 노아를 버렸다는 깊은 죄책감, 아이는 으로 아픔을 극복해냈다.


"Vivian이라는 예쁜 소녀가 있는데, 그 소녀는 몸도 약하고 집안도 가난해서 인형이 하나도 없대. 노아가 그 소녀에게 가서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 있나 봐."


아이는 노아와 비비안과 전화통화를 했고 (롤플레이 /엄마 목소리) 그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픔과 자책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물론 그 후로 몇 번은 더 노아를 찾기도 했고,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우리 션이가 너무 속상하구나. 엄마도 노아가 정말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는 함께 노아를 추억했고 같이 웃고 울었다. 비비안에게 노아를 잘 대해 주라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동정심, 배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주려는 마음.


감수성은 아이에게 단단한 내공으로 자리 잡아 있었다.


이타심,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이유


나는 아이가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길 바랐다.


플란다스의 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책을 보고 아린 감성을 느낄 줄 아는,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고 보듬어 줄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런.


아이에게 지식보다는 감성을 먼저 알려주려 노력해왔다.


육아 선배들에게 받은 두뇌발달, 과학전집과 같은 책은 뒷전에 두고, 흥미로운 그림과 참신한 내용이 돋보이는 책을 위주로 읽어주었다.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뭐 가끔은 평범하거나 이상한 내용이라도,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


6살 나이에 엽록체와 같은, 한국말로도 어려운 단어를 쓰며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영특한 아이를 보기도 했지만, 그런 거 말고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엄마 어린 시절 이야기, 세상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스토리, 영웅들의 이야기, 이솝우화, 옛날이야기 등. 아이는 특히 엄마가 어린 시절에 한 실수담, 성공담, 위기를 극복한 일, 혼난 일, 사랑받은 일 등의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서 매일 밤 '리틀 릴리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할 직종 리스트를 보고 당황했었다. 사물인터넷, AR전문가, 로봇, 전기차 등 대부분의 직업이 뚜렷하게 특정 한 두 분야에 포진되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6살,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바로 감수성이다.


로봇과 함께 할 미래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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