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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친정엄마가 너무 그리워져버렸다

엄마라는 무게

by 김느리


우리는 지금 핀란드, 로바니에미.


구글 지도에서 올리고 올려도 보기 힘든 최북단에 있는 작은 도시에 와있다.


남편과 아이가 잠든 늦은 밤, 드디어 혼자만의 여유를 누리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우리는 4개월 동안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함께 살았고, 나는 엄마가 하는 많은 행동들이 참 못마땅했다.


암 걸렸었던, 류마티스관절염에 매일매일 힘들어하면서도 매 순간 쉬지 않던 내 엄마.


엄마가 마늘을 까고 있으면, 손도 아프면서 왜 마늘을 까냐고 잔소리했다.


걸레로 테이블 위 먼지를 훔치는 엄마에게 그냥 좀 놔두라고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 체크아웃을 하며 집안 뒷정리를 하는 엄마를 보며, 집주인이 다 알아서 치울 거라고 핀잔을 주었다.


"엄마는 참 하녀근성이 있나 봐! 좀 쉬고 누리지 만날 일하고 있어!"


마트에 갔다 오는 길, 장바구니 두 개 중 더 무거운 것을 서로 들겠다며 다투다 톡 쏘듯 말했다.


"젊은 몸뚱이가 짐 들게요! 약한 엄마는 좀 편히 가시라고요."


서로를 사랑해서, 너무나 아껴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딸이 고생하는 게 싫어서 우리는 힘든 것은 서로 하려 했다. 그리고 엄마가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잔소리하는 나였다.




엄마가 귀국했고, 남편이 왔다. 이제는 우리 세 식구의 여행이 되었다.


즐거운 관광지에 가서도 나는 저녁 뭐해 먹이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된장국과 제육볶음에 감칠맛을 내기 위해 마늘을 까고 빻는 나였다.


에어비앤비 숙소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를 보고, 온 집안을 무릎이 닳도록 기어 다니며 청소했다.


숙소를 나가며,


"아무리 누가 청소한다고 해도, 인간적으로 좀 정리는 하고 가야지."


하던 엄마의 모습이 내게도 들어와 있었다.


왜 엄마에게 더 잘하지 못했을까?


딸이랑 손주를 위해 당신이 하던 소소한 노력을 비하하던 나였다. 오히려 감사해하며 그 작은 노력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게 했어야 했다.


마늘을 까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앞에 마주 앉아 같이 했어야 했다. 대화를 나누며.


당시에 나는 왜 그렇게 삐죽삐죽 날이 서 있었을까.


엄마에게 푸르르 짜증을 부리고 돌아서서 사과하면 엄마는 그랬다.


"괜찮아. 너도 힘드니까. 엄마가 편해서 그런 거지."


참 못난 딸.


엄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 SNS가 없는 엄마는 삶이나 여행 중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을 올리고, 상태 메시지에 남길 수 있는 60자를 꼭꼭 정성껏 채워 쓰곤 했다.


여행 중 자주 바뀌던 엄마의 프로필 사진이 그대로 멈춰있다. 새롭고 즐거웠던 긴 유럽여행의 끝, 무료함만 남은 것은 아닐지, 병원 일정으로 먼저 귀국하고 외롭지는 않은지, 검사 결과를 앞두고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가족과의 여행이 너무나 즐겁지만, 내 마음은 저 멀리 엄마가 있는 고국에 가 있다.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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