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릴리리 001.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8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요즘은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항상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으면 12시 뉴스를 보며 밥을 먹곤 했는데, 이제 그렇게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을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뉴스를 봐도 답이 없고 꽉 막힌 얘기 뿐이기 때문에 잘 보지 않게 됐다.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있었다. 글을 쓴다는 사람으로서, 예술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세상의 변화와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어떤 참여의식 같은 것이. 하지만 지방소도시에 칩거하는 하찮은 개인이 내뱉는 글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며,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게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같이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글 속에서 유토피아를 찾았다. 그건 완벽한 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얘기를 굳이 끄집어내지 않아도 되는, 갈등은 있어도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내가 창조해낸 세계가 나의 글 속에는 있었다.
그 때문에 에세이를 쓰는 것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여행기는 늘 2, 3일차에서 끊겼고 때로는 마지막날을 쓰는 게 힘들어 몇 달째, 몇 년째 종결짓지 못하고 내버려 두었다. 신날 때는 가상의 이야기를 펼칠 때 뿐이었다. 핑계 참 그럴 듯하다. 그렇다고 소설을 다작한 것도 아니다. 내 핑계는 실패했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결심은 매번 꺾였다. 작심삼일도 3일에 한 번씩 하면 1년이 된다지만 내 작심삼일은 삼일조차 가질 못했다.
병신 짓도 십 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고 처음 생각한 순간부터 매일 글을 썼다면 정말 달인이 됐을 게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작심삼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데일리릴리리>. 제발 이 작심삼일이 사흘을 가고, 또 다시 사흘을 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