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인가요
결혼한지 10년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서로 보고 싶다는 카톡을 주고 받으며 알콩달콩 지내는 우리를 보면 으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따른다.
싸우지는 않아요?
돌이켜보면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 물건이 날아가는 건 물론 고성이 오가는 일도 드물다. 나는 자주 욱하고 짜증을 잘 내며 신경질적인 면이 있지만 치열한 사회화 끝에 밖에서는 그런 부분을 잘 표출하지 않게 됐다.
대신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짜증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는데, 착한 남편은 인내와 넓은 아량으로 그런 내 신경질을 잘 받아준다.
남편의 하해와 같은 마음씨가 싸우지 않는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나도 무던히 노력한다. 날선 말투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잔소리 한 마디 덧붙이기 전에 두 번 세 번씩 생각한다. 그렇게 가능한한 싸울 일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결혼하고 처음 싸운 것은 아마 결혼하고 3, 4년 정도 되었을 때였던 거 같다. 그 때도 치고 박고 싸운 건 아니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구체적인 사건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나빴던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는 편한 뇌를 가졌다. 어쨌든 그 때 나는 너무 화가 났고, 슬펐고, 외로웠다. 남편은 내 기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평일 저녁이었다. 남편은 먼저 자러 들어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을 때 남편은 자신의 마음이 먼저 정리되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서 대화를 것조차 싫어한다.
나는 그 반대다. 화가 났으면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한다. 찝찝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한다. 무엇에 서로 기분이 상했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고, 앞으로는 같은 걸로 불편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풀리겠거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밤새 뒤척이다 메일을 썼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고, 대본을 써놓지 않는 이상 흥분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기란 어려우니까, 글을 택했다. 그렇다고 손 편지를 쓰기엔 오랫동안 연필을 쥐지 않은 내 손가락이 감당하지 못할 터였다.
울면서 메일을 썼다. 몇 번이나 고치고 문장을 다듬었다. 남편은 출근해서 그 메일을 읽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마음이 상했는지 몰랐다며, 반성한다고 했다. 그제서야 마음이 풀렸다. 나는 또 울었다.
싸웠을 때 분노의 감정은 화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더욱 그렇다. 얄팍한 한 장의 자존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삭히고 헤어지고, 친구들이 우정을 버렸는가? 개인적인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일을 함에 있어서도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사회생활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면 될 것을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은 탓에 신뢰도 실익도 잃은 윗대가리 역시 한둘은 아닐 것이다.
화해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화해할 일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인간이기에 때로는 핏대를 올려가며 싸운다. 그걸 묻어놓고 갈지, 차분하게 대화로 풀어갈지는 선택이다. 반드시 대화가 옳은 것도 아니다. 어떤 생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그냥 ‘저 사람은 그러니까’하고 넘어가는 게 상책일 때도 많다.
결국 스스로 부딪혀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스스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결국엔 그 과정도 각자의 서로 다른 인생이니까.
<결혼 10년 차, 아이는 없습니다만>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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