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다 똑같애?

좋은 파트너를 고르는 법

by 릴리리

언제 이 사람이다! 하고 느낌이 왔어요?


결혼하고 3~4년 쯤 됐을 때,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제 막 20대 중반이 되려는 아이들은 그게 가장 궁금했나 보다. 지금 사귀는 사람이, 아니면 만나게 될 사람이 나와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지가.


내 경우를 일반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깨달은 바를 공유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남자’에 국한된다. 왜냐면 나는 남편을 만나서 결혼했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효리언니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남자는 다 똑같다’는 옛말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무신경하며 세심하지 못하고 여자의 감정변화에 둔감하다. 다른 색깔의 립을 바르고 남자가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 된다. 그들은 무슨 색깔의 립을 바르는지, 애초에 립을 바르는 사실조차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우리 남편의 경우엔 섬세한 편이라 앞머리를 자르면 알아차린다. 어? 앞머리 잘랐네? 근데 그 말을 하는 건 앞머리를 자르고 이틀이 지나서다.


하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는 틀렸다. ‘다 똑같진 않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그렇다. 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당연한 소리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건 다정하고 나를 사랑해주면서도 앞머리를 오늘 그루프로 말고 나왔는지 그냥 나왔는지 코랄색 립스틱을 발랐는지 푸시아색 틴트를 발랐는지를 알아차리는 놈은 어디에도 없다는 뜻일 게다. 그건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냥 남자들이 다 그런 거다.


심지어 남편은 소파에 앉아 내 귀의 달 모양 피어싱을 만지작거리며 텔레비전을 보곤 했는데, 며칠이 지나서 ‘어, 여기 피어싱을 했네? 달 모양이네?’라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때 만지작거렸잖아’ 했더니 만지긴 했는데 알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건 거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와 같은 급 아닌가?


그 외에도 황당한 순간이 여럿 있었지만 10년을 같이 사는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나도 완벽하지 않은데, 상대방에게 완벽함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은 좀 허술한 면이 있어야 매력적인 법이다.


그럼 남자가 다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규정해야 할까?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 나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 능력은 좀 모자라도 얼굴이 잘 생긴 사람? 아니면, 외모는 별 볼 일 없어도 돈을 잘 버는 사람? 소심해도 가정에 헌신적일 것 같은 사람?


나는 ‘나를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을 꼽고 싶다. 꾸밀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연애와는 달라서 삶이고 일상이다. 연애는 멋진 이벤트로 가득하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맛집엘 다니고 예쁜 소품가게에서 ‘이런 걸 집에 두면 좋겠다’며 하하호호깔깔거리는 이벤트. 매일의 요리조차 연애가 끼어들면 이벤트가 돼버린다.


하지만 결혼은 오롯이 일상이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공과금을 내고 변기 청소를 하고 돈을 벌어오고. 연애할 땐 앞치마를 두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했던 요리는 지긋지긋한 끼니로 탈바꿈한다.

사소한 짜증이 덕지덕지 묻은 일상에서조차 상대의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연기하기엔 너무 피곤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언제 이 사람이다, 하고 느낌이 왔냐고? 잘 모르겠다. 사실 이 남자와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건 ‘세상에 남자 별 거 없다’는 생각을 하고나서였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나서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미 사귀기 전부터 술 취해서 토하고 패악질을 부리는 모습을 남편은 다 봤으니, 내 추한 모습까지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물어본 적이 있다.


오빠, 그 때 우리 사귀기 전에, 나 술 취해서 토하고 막 오빠한테 키스하고 그랬잖아. 그 때 더럽고 한심하고 그러지 않았어?


음... 한심하다기 보다는 얘는 뭣 때문에 이렇게 괴로울까, 그런 생각을 했었지.


남편은 이미 콩깍지가 씌었던 거다, 분명.

그러니까 술버릇은 곱게 가지자.

<결혼 10년 차, 아이는 없습니다만>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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