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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 Dec 30. 2020

수많은 병원과 의사 가운데서

너무도 많은 선택지

2.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특히 ‘커스텀 일상화된 요즘은 선택할 일이  많다. 가까운 커피숍부터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샷의 수부터 어떤 시럽과 토핑을 넣을지까지 정할  있다. 전혀 메뉴에 없는 새로운 음료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 수년 전에는 온갖 커스텀으로 만든 달콤하지만 고칼리로인 ‘악마의 음료레시피가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귀찮아서 그런  주문해본 적이 없다.
서브웨이에서는 메뉴를 정하고 어떤 채소를 넣을지 선택할  있다. ‘ 넣어주세요라는 옵션이 편하지만 왠지 취향도 줏대도 없어 보여 꺼려진다. 괜히 오이를 빼보거나 양파를 빼보거나 한다. 어떤 토핑은 추가하면 추가요금이 붙는데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때도 있다. 소스도 골라야한다. 담백하게 소금 후추로만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치킨랜치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랜치소스가 들어가는  당연한  아닌가? 그럴 때는 랜치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하나를 골라야 하는  아닐까? 랜치가 아닌 다른 소스를 고를  있다면  ‘치킨랜치 샌드위치라는 메뉴가 있단 말인가? 아무튼 불가사의하다. 그런 이유로 서브웨이도  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만 간다.

차를  때는 정말 골치가 아팠다. 커피나 샌드위치야 대충  하나 빼먹어도 상관없지만, 차는 일단 고가인데다   사면  년을 사용하는 물건이고,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재화다. 우리나라 차는 옵션을 하나하나 선택할  있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넣고 원하지 않는 기능은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실용적이라고   있는데, 이게 자세히 읽어보지 않거나 차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눈탱이(?) 맞기도 쉬워 ‘그냥 적당히  굴러가는  원하는  같은 사람에겐 아주 머리가 아픈 일이다. 그래서 대체 이게 뭐하는 기능이죠?

어떤 선택은 즐겁지만 과도한 선택은 피로하다. 선택의 피로함에  병원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음잡고 알아보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봄이었다. 이제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제 놀러다니긴 글렀으니   빨리 애를 낳아 키워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였다. 잠깐의 검색에 수많은 후기가 쏟아졌다. 일단  가지 기준을 세웠다.

1. 서울에 있는 병원
2. 그러면서도 다니기 편해야 한다

일단 기술력이 좋은 병원이어야 했기 때문에 이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수많은 임상 케이스와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을 서울 병원을 가기로 했다. 어설프게 시도해보고 싶진 않았다. 서울에서 살다 왔으니까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것에  부담이 없기도 했다.

2번에서 사실 병원은 결정지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C병원. 매일 차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KTX 편하게 왔다갔다 하면서도 KTX 역에서 멀지 않은 . 서울역 C병원은 서울역 바로 맞은 편이었고, 지하로도 연결돼 있어서 비가 오면 굳이 지상으로 나갈 필요도 없었다.

병원은 정했으니  이제 의사만 정하면 되었다. 그냥 병원에 가서 배정해주는대로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왕 수고와 돈과  몸을 바치는(?) 이상 최고의 의사를 찾고 싶었다.

서울역 C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님은 G교수님이었다. 단연 가장 후기가 많은  같았다. 일종의 간증 비슷한 후기를 읽다가 비추천하는 후기를 읽고 싶어졌다. 만족하는 사람이야 단점도  감고 지나갈 것이고, 자세하게 다루지 않을테니 불만족한 사람이 말하는 단점을 알고 싶었다. 식당 리뷰나 호텔 리뷰를  때도 마찬가지다. 평점이 가장 낮은 리뷰를 읽어보고 그들이 말하는 단점이 나에게는   아닌가? 나는  단점 정도는 다른 장점에 비해 사소하므로 눈감아   있는가? 판단해 식당이나 호텔을 정해왔다.

이를테면 여행지에서 묵을 호텔을 알아본다고 해보자. 별을 다섯개씩  사람들은 당연히 만족하므로  군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한둘은 적을  있겠지만,  단점은 축소되어 적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들은 이미 만족했으니까. 하지만 별을 하나  사람들은 정말로 호텔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단점을 자세히 적어놨다.

그들의 불만족은  기준에서는   아닌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에 갔을  묵었던 호텔의 후기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호텔은 깨끗한데 근처에 건어물 시장이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면 건어물 냄새가 진동을 한다’. 호텔 안에 있으면  문제가 없는 데다 새로운 동네에서 묵어보고 싶었고, 공항에서 바로  앞에 내리는 무료셔틀이 있어서 이곳을 택했다. 무엇보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호텔이었다. 실제로 거리엔 건어물 냄새가 가득했지만 호텔안은 쾌적하고 깨끗했다. 물론 냄새도 나지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역에서  거리가 단점으로 작용할  있겠지만,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면   아닐  있다. 혹은 걷기를 좋아한다거나, 아무튼.

G교수님의 간증후기 사이에서 내가 찾던 생생한 실패담을 발견했다.  분은 부푼 기대를 안고 G교수님의 시술을 받았으며, 처음 배아 이식을 받는 날은 펑펑 울었다고도 했다(G교수님은 배아 이식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중에는  잡고 기도해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고 그녀는 옮긴 병원에서 마침내 성공했다.      

후기를 매우 인상깊게 읽었고 미련없이 G교수님을 택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왠지 꺼려지는나의 2등사랑병이 도졌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가장 유명하다는 G교수님을 피할 구실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후기도 많이 찾아보면 지치는 법이다. 무엇보다 빨리 성공한 사람은 후기를 남기지 않았다. 인터넷엔 N차에 걸쳐 시술을  사람들의   눈물 어린 경험담이 있었지만 ‘ 번에 성공했어요!’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시험관 아기 카페를 찾아보다가 서울역 C병원에서  번째로 인기가 많은 K교수님을 알게 됐다. 고민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C병원 홈페이지에서 의료진 소개를 보고 K교수님으로 결정했다. 물론 C병원의 의료진 모두 유명하고 훌륭한 의사들이었지만  중에서도 K교수님은 염색체 이상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고, 수많은 난임시술 후기  ‘의외로 염색체 이상이 많다 문장을  탓도 있었다. 3  강릉의 병원에서 했던 난임 검사는 정상이었지만, 정확히 어떤 항목을 체크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심호흡을 하고 서울역 C병원의 접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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