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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Apr 14. 2023

아작 난 허리

아픔과 고통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


벌써 일주일 전이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 빡세게 리포머 필라테스 중급 반 클라스에 참석해 운동을 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는 교회 수련회에 다녀왔다. 수련회에 은혜받고 돌아와서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도 먹고, 집에 돌아와 밀리의 서재 책을 읽으며 푹 쉬었다.


화요일 아침이었다. 눈을 떴는데 뜬금없이 허리가 아작 난 듯이 아파왔다.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몸이 이렇게 아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얼떨결에 일단은 출근을 했다. 하루종일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퇴근길에 몸이 무척 피로했고 점점 걷기 조차 힘들었다. 막상 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허리가 아프고 불편했지만 집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무리하지 않고 쉬고 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도 여전히 아팠으며 오히려 더 심각하게 아팠다. 좀처럼 쉽게 낫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씩 걱정이 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출근을 해서 온라인 지피와 통화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빨리 응급실에 가보라고 했다. 상담 초반에 컨설턴트가 몇 가지 질문들을 하는데 그 질문의 단어들 조차 전혀 모르는 단어들이라 꽤나 당황스러웠다. 지피랑 통화하면서 이렇게 초라한 영어로 나의 육체적 고통을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다고 느꼈다.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디테일함까지 단번에 척하면 척으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내 마음속의 상처 역시도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러나 때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설명할 길이 없음을 느끼곤 한다. 물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은 모두 다 아시지만 말이가.


몇 주 전에 어느 동생과 이야기한 것이 생각이 났다. 친구는 사역 훈련을 받고 있는데 그중에 상처와 치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아픔은 속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내어 놓아야 치료가 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픔을 의사한테 내어 놓아야 치료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운 것처럼 상처를 직면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다시 허리가 아픈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이대로 허리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갑자기 생각난 것은 나에게 척추측만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조건 꼭 엑스레이를 찍어서 내 허리뼈가 괜찮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는 사고가 난 것이 아니기에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단순 근육통이니까 페인 킬러 처방해 줄 테니 약 먹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만 거듭했다. 덧붙여서 다른 감염이나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good news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굿 뉴스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의사의 역할은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픈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있는 것 같다. 마음속 아픔 역시도 하나님이 괜찮다고 안아주시고 괜찮다고 하시면, 아무리 인간의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아무 일 아닌 듯 괜찮아지는 것 같다.


일주일 전,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건강하던 몸이 갑자기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문득 욥의 말씀이 생각났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삶도 생명도 건강도 모두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임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또한, 나는 하나님 없이는 한낮 피었다 지는 이름 없는 꽃에 불과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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