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몬 Apr 20. 2023

솔직함을 원하지만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때로는 솔직함으로 다가가야 할 때가 있다. 나의 마음이 아플지라도 차라리 누군가 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어떠한 설명이 필요할 때, 겉핥기식의 어쭙잖은 핑계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고 진솔한 이유가 더 와닿곤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솔직함은 중요하다. 하나님께 솔직하게 나아가느냐 나아가지 않느냐를 통해서,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종인지 자녀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님 앞에 자녀로서 나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을 알아가는 것에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종은 실수하면 주인이 처벌할 수 있겠지만, 자녀는 실수하면 용서받고 용납된다. 자녀의 어떠한 부족함과 연약함에도 여전히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수련회에 은혜받고 난 이후로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영적인 생활을 게을리했다. 큐티는 소홀한 지 오래고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예배들도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로 한 발짝도 걸을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팠지만 이후에는 핑계였다. 하나님 앞에 기쁨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수련회 때 한 가지 내가 하나님 앞에 온전히 내어놓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의 수많은 인격적인 연약함과 부족함에 대해서 나 스스로 정말 잘 알고 있다. 나 스스로가 결코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죄인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혜가 아니면 결코 의인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 그 원죄라는 것이 나의 죄이며, 윤리적으로 죄를 짓는 죄인들의 죄가,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죄인이라는 것을 어떠한 부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죄의 본질은 하나님이 아닌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것인데 말이다. 복음을 다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넘어지고 부서진다.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부분에서 내가 '죄'에 대해서 받아들일 없는 것도, 내가 오기를 부리며 하나님을 피하고 있는 것도 하나님은 아신다. 죄인임을 알면서도 죄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나의 연약함 역시도 하나님은 끝까지 참으신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재촉하는 나와 달리, 하나님은 그렇게 끝까지 사랑하시고 기다리시는 분이다. 이 시간을 견디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질 거라고 믿기에 언제나처럼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