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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Aug 02. 2023

모든 것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왔다

통장 잔고와 선교 헌금


요즘 들어 사실 경제적인 부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야 그래 처음이니까, 그래 아직 적응중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늘 부족한 통장 잔고에 대한 위안을 삼았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점점 더 현실적인 걱정들이 내 삶을 둘러싸고 있었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차고 넘치지도 않는 나의 금전적인 상황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아무리 차가 필요해도 사서 유지할 자신이 없었고, 정말 내 평생에 집은 살 수 있는 걸까 진심으로 걱정도 했다.


영국에 선교를 목적으로 온 친구가 주변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선교를 마무리하고 다른 한 명은 현재 아웃리치를 진행 중이다. 다른 한 명의 친구가 선교를 마무리하고 영국을 떠나기 전에 같이 식사를 했다. 친구가 선교 기간 동안 경험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재정적으로도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친구의 단기 선교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겠지만 많은 선교사님들을 접했을 친구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은 평소에 궁금했던 주제가 있었다. 선교사님들이 직업이 없으실 경우에 교회와 동역자들의 후원으로만 사역하시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친구에 대답은 이러했다. 본인이 만난 선교사님들 중에 아무리 직업을 가지려 해도 하나님께서 막으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나님께 순종하고 선교에만 집중했을 때 하나님이 동역자들을 통해서 선교사님들을 채워주심은 물론이거니와, 보내는 선교사로서 재정과 기도로 후원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친구의 의견이었다. 만약 선교에 재정 후원이 없다면 그 사명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역할을 막는 것일 수도 있다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복음을 전하는 것에 있어서 각자의 부르심과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하니 깔끔하게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 친구가 선교 갈 때 아무런 선교헌금도 하지 못한 게 마음이 쓰였다. 다음에 다른 친구가 아웃리치 갈 때는 꼭 선교헌금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다른 친구의 단기 선교가 시작되고 대망의 순종이 순간이 왔다. 친구에게 기도 편지를 받고서 준비해 둔 헌금이 있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는 더더욱 확신이 들어서 송금을 하려고 마지막까지 갔다가 결국 송금을 하지 않았다. 불편한 마음으로 10일 정도 지났을까.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나에게 결단과 순종을 보이기를 원하시는 것을 느꼈다. 역시나 적은 돈이었다. 정말이지.. 맛있는 밥 먹고 쇼핑하는데 돈 쓰기는 이렇게나 쉬운데, 왜 선교헌금을 드리는 것에 있어서는 늘 망설여지는 것일까.


여전히 적은 금액이었지만 선교 헌금을 드리고 친구에게 별다른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전에 말씀 듣고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있었는데 때마침 나를 통해서 선교 헌금을 받았다고. 적은 금액이어서 미안하고 너무 늦게 보내서 미안했지만, 친구의 메시지를 보면서 역시 하나님은 같은 마음을 허락하시는 한 분이시구나를 느꼈다.


선교헌금을 송금하면서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이번에 영국에서 주거래 은행을 옮기면 리워드 금액을 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그 돈이 최대한 빨리 들어오기를 바랐다. 근데 정말 하나님은 놀랍게도 다른 방법으로 채워주셨다. 심지어 그 리워드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허락하셔서 너무 깜짝 놀라고 감사했다. 역시나 내 삶의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들이구나, 하나님이 허락하셔야지만 가능한 것들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그리 아니하셨을지라도 감사하다. 하나님은 나에게 자녀라는 권세를 먼저 허락하시고,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동역자라는 사명을 또한 나에게 주셨다. 때로는 하나님은 순종을 원하시고 함께 하기를 원하신다. 정말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의 최선을 드릴 때, 하나님은 그 마음을 아시고 받으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경험했다.


더 이상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으로 내 삶을 짓누르지 않기를, 하나님과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삶과 마음과 물질과 기도를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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