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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Jul 21. 2023

연착률 80%, 이지젯, 라이언에어 후기

유럽 저가 항공의 명암

저가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에도 급이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과 젯블루(Jetblue) 항공은 저가 항공 중에서는 제법 푯값이 비싼 축에 속하며, 초저비용 항공사로 불리는 스피릿(Spirit) 항공과 프런티어(Frontier) 항공은 수하물 가격이 티켓 가격보다 비싼 초염가 티켓들을 팔곤 한다.


위 네 항공사가 미국을 대표한다면, 유럽의 대표 저가 항공사는 크게 세 곳으로 대표된다.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언에어(Ryanair), 영국 루턴(LTN)을 기반으로 하는 이지젯(Easyjet) 그리고 헝가리 국적의 위즈에어(Wizzair)까지.


스페인 관련 노선을 이용하는 경우 부엘링(Vueling) 항공을 꼽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럽 전역과 심지어 모로코 등 아프리카에도 취항한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그리고 동유럽 노선망을 꽉 잡고 있는 위즈에어가 판을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저가 항공사들에서는 두드러지는 특징 몇 가지가 관찰되는데


1. 기종의 단일화 


보잉 737 기종을 선택한 라이언에어와 에어버스 320을 선택한 위즈에어 등 저가 항공사들은 조종사 및 승무원 교육 그리고 수리 및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종을 단일화한다. 이는 비행 편이 변경되더라도 별도의 교육 없이 조종사 및 승무원을 다시 탑승시킬 수 있기에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2. 체크인 절차의 간소화 


< 모바일 체크인을 대부분 지원한다. >


대다수 저가 항공은 체크인 카운터에 직원을 둠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모바일/온라인 체크인을 권장하며, 티켓을 프린트해오지 않을 경우 요금을 추가적으로 청구하기도 한다.


다만, 비자 관련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외국인의 경우, 모바일 체크인을 시도하더라도 카운터에 가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3. 배보다 큰 배꼽 


박리다매의 원칙 아래 최대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저가항공사는 최대한 많은 승객을 싣는 것을 목표로 움직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무거운 수하물은 연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했을 때 피해야 할 적이며, 그렇기에 가끔 저가 항공을 타게 되면 티켓 가격보다 수하물 추가 가격이 비싼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4. 퀵턴 


비행 횟수가 늘수록 수익이 증가하기에 저가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착륙시킨 후 필수적인 점검만을 거치고 바로 이륙시키는 퀵턴을 애용한다.


5. 공항과 비행시간 


대형 허브 공항의 경우, 공항 사용 비용이 높기에, 저가 항공사들은 허브 공항이 아닌 인근 공항을 활용한다. 일례로, 런던 스탠스테드(STN) 공항을 찾게 되면, 일렬로 도열한 라이언에어 항공기를 확인할 수 있다.


< STN 공항의 라이언에어 여객기, 출처: CNBC >


공항의 위치로 인해 간혹 시내까지의 교통비를 생각하면 허브 공항으로의 항공편이 싸게 먹히는 경우도 있으니 예매 시 유의는 필수.


< 편도 기차 푯값이 한국 돈 4만 원 >


또한 비행시간과 터미널의 위치 역시 주목해 볼 만한데, 저가 항공사의 경우 공항 이용료를 절감하기 위해 비행기들이 주로 이착륙하지 않는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 시간대에 이륙하는 경우가 잦으며, 터미널 역시 공항의 중심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탑승구를 이용한다.


6. 수수료 


대부분의 저가 항공은 취소 수수료를 받거나 환불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간혹 변경 수수료가 새로운 티켓의 발권 비용보다 비싼 경우까지 존재하니...


7. 탑승교의 부재 



탑승교를 사용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에 가까운 경우 승객들에게 걸어서 비행기에 탑승할 것을 요구하며, 멀더라도 버스를 이용하게 한다. 비행기를 좋아한다면 가까이서 기체를 두 눈으로 접할 수 있기에 좋을 수도 있다.


8. (유럽에 한해) 어마어마한 선택지


< 라이언에어 취항지 >

주요 공항의 이용료가 비싸다는 점, 그리고 경유보다는 직항이 항공사 입장에서 싸게 먹힌다는 점에 착안해 대형 항공사들은 취항하지 않는 노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휴양 상품까지 판매한다.  




저렴하고 취항지도 많아 가끔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는 저가 항공사에는 다만 이 모든 장점을 무색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연착...

2022년 여름 영국 대중지 미러(Mirror)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에 달하는 유럽 항공사들이 40% 이상의 연착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루프트한자와 영국항공이야 원래 악명이 높다만, 에어프랑스는 왜 끼어있는 건지 의문이다.)


< 미쳤다…  에어프랑스는 왜 끼어있는지 >


이 40%의 수치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 미국 항공사 연착률, 출처: valuepenguin.com >


잦은 연착으로 악명이 높은 미국 저가항공사들의 연착률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평균이란 건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고, 대다수의 이지젯 및 라이언에어 항공편이 출발하는 런던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항공편은 해당 공항에서 처리하는 항공편 수가 적기에 연착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말도 안 되는 연착률을 드러내고는 한다.



2023년, 이지젯을 5번, 위즈에어를 2번, 라이언에어, 부엘링, 튜이(Tui)를 각 1번 이용했다.


총 10번의 비행 중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은 경우는 고작 2번에 불과했고, 운이 없었던 건지 무엇인지 80%의 연착률을 달성...


8번의 연착을 겪으며 깨닫게 된 것은 유럽에서의 연착은 어디까지나 연착이라는 점이었다.


체감상 항공편이 아예 취소되는 일이 빈번한 미국과 달리, EU는 법을 정해 취소된 항공편 혹은 몇 시간 이상 연착된 항공편에 대한 보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고, 비용 절감이 제1순위 목표인 저가 항공사들은 결코 보상을 해야 하는 수준까지 비행기를 연착시키지는 않았다.


일례로, 지난 7월 초 탑승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런던 개트윅으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의무적으로 승객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 2시간이 30분 후로 다가오자, 갑자기 모든 일처리가 빨라지더나 끝끝내 모든 승객을 20분 만에 태우고 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간단히 말해서 뜨기는 뜬다. 늦어질 뿐.


달리 말하면 연결 편이 없는 저가 항공사의 비행 편을 예매할 때는 2시간 연착을 가정하고 일정을 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도 되겠다.


(미국의 경우, 입국심사가 최대 3시간에서 4시간 걸리는 경우도 있기에 자가환승 항공편을 잘못 예약하면 돈을 날릴 수 있으나 대부분 쉥겐 조약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을 방문함에 있어 한국인은 5~10분이면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이지젯은 의자가 조금 더 편하고, 위즈에어는 에어버스를 운용하고, 투이 승무원들은 친절하며, 라이언에어의 수하물 적용이 가장 엄격한 것과 같이 항공사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연착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한다고나 할까.


추가로, 퀵턴을 하는 비행기의 경우, 출발 10시간 전에도 연착 사실이 통보될 수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하루 여러 공항을 오가야 하는 비행기가 한 번 연착됐기에 뒷 항공편도 모두 밀려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제는 연착을 가정하고 움직이기에 화도 별로 나지 않고, 여타 대형 항공사들을 이용할 때보다 30분 정도 늦게 공항에 도착하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연착에도 웃으며 대처할 수 있지만, 작년 나폴리 공항에서 취리히행 루프트한자 항공이 취소됐을 때 느낀 좌절감이 여전히 생생한 걸 보면 적응하려 해도 적응할 수 없는 게 비행기 연착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매일 같이 연착되는 항공편에 분통을 터뜨리기보다는 갑자기 찾아온 책 한 장의 여유, 유튜브 영상 하나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찌 됐든 연착은 불가항력적으로,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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