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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Aug 26. 2023

누가 읽기는 하나

글을 읽지 않는 글쓰기 플랫폼

최근 구독자가 늘어, 열 명 언저리에서 정체 상태던 구독자 수가 30명을 넘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수익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신규 작가들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혹은 유튜브든 계정을 새로 만들고 처음 접하게 되면, 관심사에 따라 혹은 아는 사람을 기준으로 친구 추가하거나 요청을 보내듯, 채널을 구독하듯,브런치 역시 글 자체에 국한돼 있던 기존의 쓰임새에서 벗어나 소셜 미디어의 성격을 띠게 된 것 같다고나 할까.


실제로 최근 구독을 눌러주신 분들의 프로필을 보면 신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어느 정도는 타당한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신규 작가들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브런치가 글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 또한 든다.


나만 그런 걸까 싶기도 하지만, 올라오는 글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정보의 바닷속에서 내 취향에 맞는 글을 찾아 읽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느낌이다.


정말 간혹 가다 적는 정보성 글들을 제외하고, 지난 400일 동안 30개국을 쏘다닌 내가 타깃으로 설정하고 글을 올리는 분야는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인데,


과거에는 하루에 적게는 10편에서 많게는 20편 정도 올라오던 글들을 취사선택해 읽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30편이 넘어가는 글의 홍수 속에서 독자이기 이전에 작가로서 생존의 압박을 느끼고, 결국 글을 읽기보다는 글을 쓰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라이킷 개수와 무관하게 꾸준히 수십 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기존 여행 글들과 현재의 여행 글들에서 큰 차이가 관찰되지 않음에도, 요즘의 글들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데는 우선적으로 아직도 부족한 내 필력이 큰 몫을 차지할 터이지만, 플랫폼 자체가 너무 커져서, 모두가 글을 쓰되 읽을 수는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보고픈 유혹이 강렬하다.


플랫폼의 생명력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좌우되기 마련이기에, 어찌 보면 대다수 젊은 세대가 유튜브가 주는 동적인 즐거움에 빠져 글을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브런치 팀이 던진 나름의 승부수가 아닐까 싶으면서도 괜스레 서운해지고는 한달까.




결국은 돌고 돌아 초심이다.


유튜브를 하기에는 용기도 없고, 여행의 재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시도조차 하지도 않는 내게 글쓰기는 여전히 가장 훌륭한 기록 수단이며,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공유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의 추억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쓴다는 점을 되새기며 조금 더 정성을 다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려 분투하는 수밖에 없다.


내 글의 가장 큰 독자는 나 자신이라는 첫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그럼에도 비교를 일삼는 아직도 모자란 나라는 인간은 글을 올린 날이면 브런치 앱에 몇 번 정도는 접속해서 종 위에 들어온 푸른 불을 확인할 것이고,


그렇기에, 글이 아닌, 사소한 라이킷, 그보다는 큰 의미를 갖는 구독에, 그리고 아직은 내게 미지의 세계인 후원이라는 금단의 열매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측면에서 이번의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다.


신규 작가의 유입으로 인한 과도기련지 혹은 단순히 내 글솜씨가 퇴화한 건지 (작가란 족속은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두고 볼 문제겠지만,


결국 일개 작가 나부랭이가 할 수 있는 일은, 푸념 섞인 글을 배설하는 것뿐이고, 해야 할 일은 쓰는 것이기에, 증명할 수도 없는 헛소리를 반 시간가량 휘갈기고, 다시금 여행기를 쓰러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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