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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Dec 13. 2023

누구와 함께 하는가

23년 톺아보기 (3)

어디가 아닌 무엇이, 무엇이 아닌 어떻게가, 어떻게보다는 누구. 누구가 중요했다.

 

푸에르토리코가 아닌, 월드컵 결승이, 월드컵 결승이 아닌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순수히 열광하던, 환호하던 모두가,

마데이라가 아닌, 어쩌다 우연히 발견한 축제가, 현지인과 어울려 고기를 굽고 뜯어먹던, 웃음 짓던 우리가,

 

그 모든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보다도, 무엇보다도, 어떻게보다도 중요했다.

 

수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장에게 전화해 이미 동난 이사벨라행 페리 좌석을 예매해 준, 우환에도 알라후엘라 구석구석을 소개해준, 3일 간 전심전력해 다이빙 기술을 전수해 준, 군말 없이 무리한 과테말라 여행을 버텨내 준, 한국에서 떠나온 조카, 사촌, 삼촌을 환영한, 소박하지만 정 담긴 한식을 대접한, 느닷없이 찾아간 길 잃은 양을 맡아주신, 지구 반대편에서 먼저 보게 된, 음식과 방을 내준, 낭만적인 파리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준, 그 모두에게

 

대뜸 오타니 유니폼을 선물한,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 앞에서 환히 웃는, 모닥불 아래 기타에 맞춰 노래 부른, 몰타의 토끼 요리와 크로아티아의 개구리 요리를 미심쩍게 쳐다본, 드라큘라 성을 누빈, 콘셉시온 화산, 릴라 호수, 카즈베기 산을 등정한 그 모두에게

 

과분한 도움을 받았고, 나 역시 이제는 먼저 나서 도울 수 있게 되었다.

 

돌고 돌아보니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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