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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Dec 18. 2023

젊게…

23년 톺아보기 (4)


코치볼카 호의 둑에 앉아 저무는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다 뭍으로 노 저어 다가오는 어부 삼부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날이 수년 전만 같다.



학기를 마무리하고 프랑크푸르트행 기차에 올라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갈라파고스에서 받은, 이역만리 부산에서 걸려온, 친구 녀석의 전화가 다시 떠오른다.


자잘한 내용들은 잊었지만, 전화 통화 내내 반복해, 힘주어 말했던 문장 하나.



"젊게 살자."


세월에 휩쓸려,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그저 그런 인생을 살지 말자는 것.


천라만상에 감탄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우뚝 솟은 나무로부터 하늘하늘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잃지 말자는 것.


육체적으로는 늙고 병들어 가겠지만, 눈 감는 순간까지 늘 별을 꿈꾸자는 얘기를 했었다.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자는, 살아가자는.


그렇게 지나온 20년의 세월보다 농밀했던, 참으로도 긴 1년을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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