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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Jan 16. 2024

슬럼프

무력감

대단한 건 아니고 글쓰기 슬럼프에 빠졌다.


극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맥 빠지는, 다리가 잘린 척 구걸하는 거리의 노숙자 같이 초라하고 궁색 맞은 변명스런 수렁에 빠졌다. 나올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슬럼프에 대한 글을 쓰는가도 싶지만, 단순 의지의 부족, 끈기의 부족 (이건 확언할 수 없다.), 시간의 부족, 정확히는 여러 결핍과 단 하나, 핑계의 과다가 겹쳐 글을 쓰지 않고 있다.


모레, 18일이면 글을 게시하지 않은지도 어언 1달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과 주제가 머리를 거쳐 지나갔으나 결과적으로 발행한 글은 한 편도 없다. 입력값은 늘어만 가는데 출력은 못하니 부하가 걸릴 대로 걸려 아예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혹은 그저 잘못된 통에 잉크를 채우고 있을 뿐인가.


자전적인 소설을 쓰고 싶다. 주식에 대한 소회를 담은 간략한 글도, 트라우마에 대해 다루는 무거운 글도, 요양병원에서의 봉사 활동을 녹여낸 에세이도, 어쩌면 방랑벽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도, 그리고 1년은 족히 밀려 있는 여행기도, 써야 할 것도 쓰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럼에도 선뜻 펜을 놀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슬럼프에 빠져 내게 글쓰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근래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를 자문해 보았다.


모른다. 헤밍웨이였던가. 매일 반복적인 글쓰기를 강조했던 누구의 말처럼 어쩌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아 글을 쓸 동력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김영하였던가.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누구의 말처럼 어쩌면 나는 글을 시작하지 않아 관성적으로 달려나갈 동인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슬럼프에 빠졌다. 그렇기에 형편 없는 글을 하나라도 써, 내 자신을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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