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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May 08. 2024

50개국을 향해

스물둘의 기록

뉴욕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도 어언 1년이다.


내일, 파리로 떠나, 금요일 아부다비를 거쳐 다음 주 화요일이면 다시 한국.


정리의 필요를 느껴 펜을 집어 들었다.




졸업 이후 떠나고 또 떠났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졸업 여행은 대만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졸업 여행은 일본으로 갔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의 좋은 나날들이었다.


이후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 두 녀석과 각 국내, 해외를 돌았다.



입대 전에는 3주 동안 친구의 미니 쿠퍼에 실려 서울, 안양, 태안, 공주, 대전, 전주, 광주, 목포, 여수, 보성, 안동, 그리고 담양을 돌았고,



제대 후에는 코로나로 인해 연기된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800 달러어치 티켓이 취소되지 않고 남아있어 떠나야만 했다는 게 변명이라면 변명.) 유럽으로 떠나 20일 간 파리, 바르셀로나, 세비야, 그라나다, 인터라켄, 아말피, 포지타노, 카프리, 붐을 돌았다.


공주산성에서의 밤산책, 카프리 블루 그로토에서 울려 퍼지던 오 솔레미오, 그리고 페스티벌에서 보낸 광란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후 미국으로 날아가 첫 학기를 보내다 공부에 진절머리가 나 거의 반 정도는 충동적으로 갈라파고스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파타고니아를 꿈꿨으나 너무도 비쌌다.) 겨울방학 동안 푸에르토리코, 에콰도르, 코스타리카를 여행했고, 경유한 국가까지 세면 총 4개국을 여행했다. 새내기 배낭여행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이때까지는 배낭 하나만 동여매고 여행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봄학기에는 짧은 방학을 맞아 WBC 결승전을 관람한 것을 시작으로 애틀랜타 발 35달러짜리 티켓의 유혹에 넘어가 바하마를 찾고, 듣도 보도 못한 니카라과를 여행했다. 다시 돌아와 여름학기를 위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딴 후 룸메이트와 과테말라를 여행했다.


미국 대학에서의 1년은 숨 쉴 틈이 없어, 여행의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했지만, 그중에서도 갈라파고스 키커락에서 바다사자와 수영하던 일, 니카라과 오메테페 섬에서 일몰을 보며 눈물 흘리던 일, 그리고 과테말라 세묵참페이에서 동굴을 탐험했던 일이 가장 특별했다.



그리고 유럽.


유럽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전반부와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는 후반부로 나뉜 여름학기를 듣고, 그대로 1년을 유럽에서 머물렀다.


우선은 덴마크를 찾아 고모네 가족과 조카들을 본 후 파리로 돌아가 여름학기 옥스퍼드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 최후의 만찬 >


50여 명의 친구들과 교수님 두 분과 함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를 돌며 유럽의 예술과 역사에 대해 공부했으며, 이후 옥스퍼드로 넘어가 맨스필드 대학에서 공학 수업을 듣다 비자에 문제가 생겨 미국으로 돌아갔다.


< 마데이라 >


비자를 발급받은 후 다시 돌아가 친구들과 작별하고 2주가량 아조레스와 마데이라 제도를 여행한 후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분교가 위치한 프랑스 메스로 넘어왔다. 겨울에 한국에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유럽에서 여행하며 보냈다.



흐르는 음악 몸을 맡겼던 파차마마 클럽에서의 밤, 이리저리 구도 바꿔가며 사진 찍느라 바빴던 피사 사탑에서의 낮. 수없이 많은 추억이 쌓여 무엇이 좋았노라 단언할 수 없는 값진 젊은 날의 시간을 살아냈다.



여행한 국가를 정리해 보니,


- 22년 유럽 배낭여행 (5개국):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 22년 중남미 겨울방학 (4개국): 에콰도르 파나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 23년 봄 (4개국): 바하마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과테말라


- 23년 여름학기 전반부 (11개국):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바티칸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벨기에 네덜란드


- 23년 여름학기 후반부 및 방학 (7개국): 영국 몰타 키프로스 아일랜드 미국 불가리아 포르투갈


- 23년 가을학기 및 방학 (13개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독일 덴마크 튀니지 모나코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영국 세르비아 조지아 스위스 이탈리아


- 23년 봄학기 및 방학 (17개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영국 아이슬란드 베를린 포르투갈 벨기에 이탈리아 이집트 슬로베니아 모로코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스위스


졸업 전 찾았던 국가들까지 다 합쳐 도합 46개국


< 대략적인 일정. by J >


지난겨울 어쩌다 응모한 올림픽 티켓이 당첨돼 여름에는 올림픽을 보러 유럽으로 떠나고, 예비군 훈련으로 일정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호주, 일본을 찾을 예정이다. (호주행 티켓은 33만 원 프로모션을 찾아 급히 예매했고, 일본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를 찾아 친구와 글쓰기 캠프 비스무리한 걸 할 예정)


22년 가을학기를 살아가며, 어린 시절 이후 처음 버킷리스트란 걸 적었고, 20대의 버킷리스트는 수정을 거치고 또 거쳐, 졸업 전의 버킷리스트로 거듭났다.


아랍에미리트 (47), 호주 (48), 싱가포르 (49), 그리스 (50)까지. 대략 2개월 후면, 적으면서도 내심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목표: 50개국 방문이 버킷리스트에서 지워진다.


그간 여행에서 느낀 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떠나지 않을 수 없어 떠났다 정도가 되겠다.


그래서 또 떠난다.


다가올 가을 미국에서의 삶은 각박하고, 가혹해 나를 채찍질하겠지만, 무료하고 무던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슬며시 웃음 띄우며 회상할 추억을 남기고자.


다시금 - 늘 그래왔듯 -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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