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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몽테뉴

by 노마드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다만 모르는 걸 안다고 잡아떼는 건 그보다 더한, 추한 일이다. 모르는 게 있다면 인정하고 배우면 될 일이다. 무지는 지식의 영역이지만, 무식은 상식의 영역이라, 인정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국제과에서 3년을 보냈는데, 러시아 대통령이 푸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가 둘이나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기억에 또렷이 남는 건 모른다고 당당히 외치던 친구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온 세상이 러시아 대통령이 푸틴이란 걸 안다. 그렇다면 상식이 없어 무식하다 친구를 비난했던 과거의 나는 잘못한 걸까.


무식이란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노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믿어, 무지와 구별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무지도, 무식도 배움과 노력의 영역일 따름이라면,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그때의 나는 참으로 무식했다. 그래, 나는 무지하고 무식하다. 무지와 무식을 인정할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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