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
내게 여행은 의지의 지속된 관철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고, 하고픈 건 늘 많은 데다, 한 푼이라도 아껴 한 번이라도 더 떠나기 위해 최적의 조합을 고민하고 계획한다. 막상 떠나면 계획이 일그러지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오는 게 여행의 본질이고 묘미이겠다. 그럼에도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는, 영영 다시 찾을지 모르는 그곳에서 나는 계획을 관철하느라 바쁘다.
2023년 7월, 나는 몰타로 떠났다. '가르랍시의 청록빛 물에 발을 담그고, 기사단의 흔적을 좇아 미로 같은 도시를 헤맸다'면 좋았으련만, 그 모든 순간에 나를 괴롭히던 건 단 하나. 바로 '물'이었다. 목이 말라, 결국 도시를 헤매다 2.5유로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물을 사마셨다. 당시의 기억은 내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그 후, 나는 여행 전 공항에서 정수기의 위치까지 확인하고, 물병을 채울 계획까지 세운다.
바에 앉아 물 한 잔을 주문할 수 있는 재력을 꿈꾼다. 그럼에도 사실 물 한 병의 갈증은 여행의 만족에 비해 터무니없이 사소해, 나는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돈이 모이면 훌쩍 떠나고 만다. 재력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다음 주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의 공항에서 세인트 조지 항으로 가는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이 무엇일지, 공항에 정수기는 있는지 따위를 찾아보며 일흔 두 번째 국가로의 여행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