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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Jun 01. 2023

바나나 버거

니카라과 시장 탐방

2023. 03. 23, Day 6:


오전 산책을 마친 후 호스텔 체크인을 완료했다.


숙박보다는 유흥에 최적화된 거점 호스텔이었는데, 각 요일별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니카라과 주요 도시로의 교통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좋았다.


< 호스텔 및 주요 동선 >


구글 지도를 사용해 식당을 찾을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


리뷰가 수십 개일 경우,


별점이 4.8이거나 4.9이지 않은 이상 4.5 이상의 별점을 받은 식당은 전반적으로 맛이 4.5에 수렴한다 간주하고 (- 0.2점)


리뷰가 수백 개일 경우, 숫자 그대로의 맛을 기대해도 좋다 생각하며 (해당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불만 없이 먹고 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리뷰가 수천 개일 경우, 0.2 정도의 가산점을 붙여서 생각한다. (해당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름값에 끌려 왔다 실망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어서 그런 것 같다.)


< 좁은 길거리 >


공항에서 피치 못하게 식사를 할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공항은 해당 도시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비싸게 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특히 미국 공항은…), 4.2 이하의 별점을 받은 식당에서 식사하며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편의점에서 과자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다.


< 토스토메트로 바나나 버거 >


허기 진 내가 찾아낸 식당은 500여 개의 리뷰에 4.9점의 별점을 받은 식당이었고, 듣도 보도 못한 바나나 버거라는 메뉴룰 판매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자전거가 웬말인가 >


식당 바로 옆에 시장이 있었기에 잠시 그 모습을 구경했다.


낮게 깔린 천막 사이사이로 햇볕이 작열했고, 자전거를 탄 채 난입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 안쪽엔 사람이 너무 많아 휴대폰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인지,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 많다 >


한산하고 조용했던 대형마트와 달리 모두가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보려 치열히 애쓰는 삶의 현장에서, 방향조차 짐작할 수 없는 소음들이 층층이 쌓여나가자 혼이 쏙 빠져나가는 듯했다.


< 북새통. 스페인어를 조금 더 잘했으면 물어봤을텐데ㅠ >


시장 초입에 들어서 짧은 구경을 마치고, 둥둥 북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가까이 가니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 여럿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떤 선율에 맞춰 무엇을 연주하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듣다 보니 귀가 아파 왔고, 때마침 바나나 버거 식당이 눈에 들어와 식당으로 피신했다.


< 작은 가게였다. >


식당 자체가 원체 작기도 했지만, 햄버거가 회전율이 빠른 메뉴임을 고려했을 때 웨이팅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식당 앞 약간의 줄은 내게 맞는 식당을 찾아왔다는 확신을 더해줬다.


15분을 기다렸다.


< 돈을 먼저 주셔야죠 >


주문을 한 후 돈을 달라는 아주머니의 요청에 태연하게 담배 먼저 피자며, 불을 붙이는 아저씨가 요깃거리를 받아 들고 떠나갔고


< 저렇게 많이 태워도 되나 싶다. >


이미 너무도 많은 승객을 태운 치킨 버스는 그럼에도 꿎꿎이 승객 하나를 버스 뒤편 사다리에 태운 후 다시 페달을 밟았다.


이후 자리에 앉아 바나나 버거를 주문했다.


< 깨끗한지는 모르겠다만 >


시장에서 공수해 온 싱싱한 야채와 즉석에서 구워내는 소고기 패티, 그리고 텁텁하기만 한 빵 대신 사용하는 바나나. 마지막으로 드리워진 바질 소스와 머스터드 계열의 소스까지.


버거는 외관상으로 훌륭했고, 맛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미친 비주얼 >


우선은 가장 중요한 패티.


고기를 잘게 다져 사용하는 여타 수제 버거집과 달리 스테이크 하나를 통으로 사용했다.


웍을 덮을 정도로 강렬하게 넘실거리는 불에 짧게 미디엄 레어로 구워냈는데, 따로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었을 때 팡 터지는 육즙도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겉면에 살짝 입힌 달짝지근한 소스와 바삭한 바나나의 조화가 퍽 인상적이었다.


애매하게 구워내 흐물거리기 마련인 중남미식 스타일에서 탈피해, 가볍게 튀겨내 단맛은 유지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더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어떤 번을 쓰든 햄버거의 빵은 태생적으로 텁텁한데, 바나나를 대신 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자칫 튈 수 있는 단맛은 바질 기반 소스와 머스터드 소스로 보완해 적절한 균형을 찾아냈다고나 할까.


< 생강 기반이라는데 식감고 괜찮았고 마냥 달지만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


후식으로 제공된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했던 생강꿀 한 숟가락은 끈적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며 버거의 잔향을 지워냈다.


버거가 아닌 훌륭한 요리를 접하게 되어 기뻤고, 4.9의 평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식당이었다.


이후 호스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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