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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May 04. 2023

여행하며 글 쓰기

균형

근 2주 간 글을 거의 못 쓰고 있다.


지난주는 물리 기말고사, 각종 과제 제출 기한을 맞추느라 못 썼고, 막상 학기가 끝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넘어온 지금은 소위 말하는 번아웃에서 회복하기 위해 (단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피곤하니)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핑계다.


10편가량 쌓여있던 비축 분도 떨어져 가서 초조한 것도 있고, 타 플랫폼에서 제안을 받아 전반적인 작문 스타일에 대한 제고가 필요할지도 고민 중이다. (제고를 위한 제고라니…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 소재보다 시간이 적은 게 문제 >


당장 지난겨울 다녀온 갈라파고스 글 2편, 코스타리카 6편, 그리고 봄 방학 때 다녀온 니카라과 6편을 마무리해야 하고, 제대 후 틈틈이 방문했던 국내 야구장 방문기도 9편이 남았다. 여행기야 일기의 형식으로 써내리고 있기에 시간 대비 아웃풋이 확실하다만, 야구는 아는 게 너무 많아 되려 글로 담아내기가 어렵다고나 할까.


여하튼 2022년 1월 27일 군대에서 나온 후 어언 1년 반이 다 지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쉴 수 있는 한계치까지 쉬었다.


다만, 이번 한 해 동안 여행할 국가가 최소 10개국은 남은 이상 더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난 1년 반 간의 여정을 반추하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다잡으며, 향후 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쓰게 되었다.




우선 제대 후.


군대에서 모은 돈을 털어 유럽으로 떠났다. 본디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2020년 대학교 입학에 맞춰 출발한 예정이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고, 2년을 기다린 여행이었기에 설렜던 기억이 난다.


방문한 국가는 5개국. 어렸을 때 이미 갔던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처음 가보는 스페인과 벨기에. 여행의 목적이 벨기에 붐에서 열리는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 참여였기에 일정을 그에 맞춰 짰다.


친구 녀석과 같이 간 여행으로, 힘들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추억 보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어 다시 떠나고픈 여행으로 남아있다.


< Young, dumb & broke >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해서 굴렀다.


지금이야 웃으며 기억할 수 있지만, 정말 한 학기 내내 공부만 하고 살았고, 힘들었다. 그래서 반쯤은 충동적으로 계획한 여행이 갈라파고스 여행이었다.


한 해에 최소 100권의 책은 읽어대는 독서광으로서 전역 전 파주 출판도시를 혼자 찾았던 나였지만,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 갈라파고스 >


어릴 적 동물학자를 꿈꿨기에 어떻게 보면 소원을 성취한 셈이었고, 다만 동생 녀석과 같이 못 와서 아쉬웠다. 좋아했을 텐데…


루트는 푸에르토리코, 에콰도르 그리고 코스타리카. 비행기 값을 최대한 아끼려 선택한 루트였음에도 돈을 꽤 쓰긴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비 습관을 교정하고, 향후 여행을 의한 기틀을 닦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짐 싸는 스킬부터 샴푸 빨래, 언어 장벽 등 기본적인 생활력이 늘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대한 대응 능력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는 확실히 풀었으니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더불어, 꼬꼬마 시절부터 가졌던 의문,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싫어하는 것일까에 대한 확실한 대답: 나는 여행을 사랑한다.을 얻은 여행이기도 했다.


< 새로운 친구?들 >


그렇게 미국에서의 첫 학기를 여행으로 마무리 짓고 봄 학기에 들어섰다. 첫 2주 동안은 여행이 그리워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적응해 2개월을 보냈다.


이후 찾아온 봄 방학. 당초 계획은 기숙사에 머무는 것이었으나, 학교 식당이 방학 기간 동안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고, 급히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못해도 하루 식비가 5만 원은 우습게 나올 텐데, 그 돈이면 차라리 여행을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여행을 선택했다.


< 평화로운 해변 >


첫 목적지는 바하마. 애틀랜타에서 편도 티켓이 3만 원 수준이었기에 묻고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고.


이후 기존에 계획해 두었던 WBC 결승을 본 후 기숙사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대다수 과제들을 미리 처리해 둔 마당에 더 여행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싶어 니카라과로 떠났다. 이 역시 비행기 티켓 가격 순.


그리고 살인율을 따졌다. 아직 자메이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를 혼자 여행할 용기와 부모님께 해당 국가들로 떠난다고 말씀드리고픈 마음이 없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크게 두 가지를 배웠다.


우선 바하마에서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 돈으로 못 살게 없는 섬에서 뼈저리게 느낀 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사겠다는 것과 성공해서 다시 돌아와야겠단 것.


그리고 니카라과에서는 산을 오르며 체력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어릴 적 수영을 수년 간 하며, 쌓아왔던 철옹성이 무너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꼈고, 오래 여행을 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유럽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일도 적게 하고, 휴가도 긴데 돈은 많이 벌고. 미국인들은 일은 비슷하게 하되 돈은 두 세 배 더 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 말하면, 어디서 취직해서 살아야 할지는 자명해졌다고나 할까. 국밥이 그립긴 하겠지만…


< 오르다 죽을 뻔 했다 >


지금 난 도미니카 공화국에 와 있다. 지난주 금요일 기말을 치고, 토요일 아침 비행기로 넘어왔다.


갈라파고스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의 필요성을 실감했기에, 카리브해 섬 및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곳(저렴하게에는 비행기 값도 포함된다)을 찾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어촌 마을 바야히베(Bayahibe)에 와, 어제 모든 과정을 완료하고, 자격증을 땄다.


오늘 밤은 아마 또 공항에서 보낼 듯하고, (연내 공항 노숙만 벌써 일주일이다), 내일 과테말라에서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룸메이트인 친구를 만나 또 10일 간 여행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언제 다 딸까? 30 전? >


그리고 연내 계획들.


여행과 학업이 결합된 학교 여름학기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우선,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덴마크에 들러 고모와 니콜라이 형을 오래간만에 볼 계획이고, 프로그램에 포함된 여행 국가: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벨기에를 여행한 후, 영국에 가 8월 초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그 후 가을 학기 시작 전까지는 포르투갈 아조레스 섬과 마데이라 섬에서 쉴 예정.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비행기값이 여행 전체 경비보다 비쌀 게 뻔하기에 여행을 선택했다.


유일한 문제는 가을학기에 대한 비자 신청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고, 잘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


가을학기는 학교 분교가 위치한 프랑스 로렌(Lorraine)에서 보낼 예정. 버스로 30분 거리인 룩셈부르크는 무조건 갈 듯하고, 현재로서는 도시국가들(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산 마리노)을 우선 둘러보고, 이후 슬로베니아 및 동유럽 국가 여행을 생각 중에 있다. 비자가 처리돼야 하고, 어디까지나 학업이 우선인 학생으로서, 학업이 어느 정도로 힘들지는 예상할 수 없기에 현재로서는 희망사항에 가깝다.


그렇게 12월 중순까지 시간을 보내고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해 더 이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면, 휴학계를 내고 워홀을 가거나 인턴십을 할 계획이다. 뭐가 됐든 탱자탱자 놀고 있을 수는 없기에, 둘 중 하나는 하지 않을까 싶다.


< 에펠탑 >


프랑스에서 머무는 게 괜찮다 싶으면, 아예 한 학기를 연장해 다닐 계획이다.


다만 겨울에 한국에 들어가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예비군 훈련이 얽혀 있기에 워홀/인턴십을 하지 않는 이상 길게 머무를 용의는 없고, 아마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빙을 하고 요르단을 잠시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먼 얘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글…


지금도 이미 많이 밀려 있고, 거의 매일이 여행일 여름 학기를 생각하면 써야 할 양이 너무나도 많다.


어쩌겠는가. 앉아서 써야지. 그래야 부족한 실력이 늘던가 할 테니.


여행 중일 때는 3일에 한 편, 학기 중 바쁘지 않을 때는 4일에 한 편. 그리고 시험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편이 목표다.


또한 다시 유럽으로 넘어가기 전 10편 정도를 미리 비축해 둘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빌어 여행 그리고 학업을 지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남기고 싶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여행 국가 및 지역 시기별 정리:


UN:

미국 캐나다: 초1

일본: 초3

미국: 초5

프랑스 바티칸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초 6

터키: 중1

일본: 중2

미국: 중2

중국: 중2

일본: 고3

일본: 20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22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 대 1

바하마 니카라과: 대 1


기타:

뉴칼레도니아: 초3

타히티: 초4

사이판: 초 6

사이판: 중1

괌: 고1

대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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