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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Jun 19. 2016

새치 소년

오래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말이야.

오래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왜들 그런지 다들 보통 사람들하고는 다른 모습을 조금씩 가지고 있잖아.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든지,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있다든지 뭐 그런 것 하나쯤 말이야. 이야기는 이 주인공들이 어떻게  태어났다더라, 라거나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하고는 어떤 게 다르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작이 돼.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하나씩, 하나씩 살이 붙어서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가 되면서 주인공들은 그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거나, 성장을 하는 거지.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들이 다 그렇잖아?


그럼 이건 어때? 소년이 한 명 있었어. 그냥 딱 봤을 땐 별로 유별나게 다르다거나 그런 건 없어 보여. 단지 또래들에 비해서 새치가 좀 많이 나는 것 같다는 정도?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말이지, 새치가 '좀' 보다는 많이 자라는 거야. 왜 그런 말 있잖아.  흰머리 하나를 뽑으면 나중엔 그 자리에 새로운  흰머리 두 개가 난다고. 그 말 때문에  흰머리가 생겨도 뽑지도 않고 그대로 뒀는데 계속 더 생기는 거 있지? 그래서 결국 소년은 머리 구석구석이  흰머리로 가득 해진 거야. 소년인데 말이야.


소년이 나중에 생각해보니깐  흰머리라는 게 자기가 뭔가 생각을 하나 하고서 그걸 글로 쓴다거나 말로 해 버리고 나면 그럴 때마다  흰머리가 하나씩 더 생기는 거야. 그렇다고 이  흰머리를 안 생기게 하기 위해서 생각을 안 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그래서 소년은 그냥 그렇게 지내기로 했어.


소년인데  흰머리가 나 있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잖아?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고. 덕분에 사람들은 소년에게 관심을 한 번씩 더 가져주고, 오랫동안 기억도 해주고 그랬대. 소년은 그게 별로 나쁘지가 않았어. 그래서 더욱 생각도 많이 하고, 글도 쓰고, 말도 많이 하고 그랬대.


지금도 새치가 많이 나는  흰머리 소년은 생각하고 글 쓰면서 살고 있어. 그렇게 하면  흰머리가 하나 더 머리 위로 올라온다는 걸 알면서 말이야.  흰머리 소년이 하는 이야기들을 사람들은 좋아하더래.  흰머리를 한 신비스러운 소년이 한 이야기니깐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고 말이야. 


근데 그 소년이 너희 옆에 있다면 너희는 믿겠어? 그러니깐

내 말이 뭐냐면 말이지....... 

그 소년이 바로 나라면 믿겠냔 말이야.



내 이야기는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시작이 돼.

내 머리에 늘어나는 새치는 그러니깐, 이런 이유 때문에 생기는 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야.


대학 새내기 시절, '영글거림'이라는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영재+오글거림',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기도, 글을 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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