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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Jul 25. 2016

#08-1. 배낭 하나 짊어메고서

2016 제 4회 DMZ 평화통일대장정 (종합편)

이 글은 이어나가져야 한다


처음 검색의 키워드는 '여행'이었다. 

군생활을 하면서 가장 길게 나갈 2016년 7월의 휴가. 

나는 어디에서, 어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검색을 이어가던 중 검색어 '여행'은 '여행 배낭'이 되었다가 '배낭 여행'이 되었다. 모름지기 22살 뜨거운 열정의 청춘이라면 뜨거운 여름 아래에서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모니터 속을 휘황찬란하게 가득 채우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등에 메여진 배낭들 중 유독 내 눈에 띈 것은 땡전 한푼 없이 국토를 종주하겠다고 나선 한 청년의 배낭이었다. 믿을 것이라곤 튼튼한 몸뚱이 하나와 등에 짊어 멘 배낭 하나. 청년은 그렇게 뜨거운 도보 위에 올라섰다. 그가 올려둔 이야기를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은 도중에 끊겼다. 더이상 읽어나갈 글이 없어졌고 나는 허탈해졌다. 


이 글은 이어나가져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갔다. 글의 이어나가기 위해선 그 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했기에. 그리고 그 시작엔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라는 책이 있었다.

  


4285km의 거리인 PCT(Pacific Crest Trail)를 본인 덩치만한 커다란 배낭 하나 짊어메고 100일 간 여자 혼자의 몸으로 걸어나간 셰릴 스트레이드의 이야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그녀의 이야기를 모조리 읽었다. 첫 시작 준비 끝.


이제는 걸어나갈 준비.


이제는 실제로 걸어나갈 준비를 해야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등에 짊어질 배낭과 내가 걸어나갈 거리들. 그를 위해서 검색하던 중에 장비도 지원해주고 걸어나갈 국토 코스도 짜여진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발과정을 거쳐야했다. 7월 휴가 전인 5월 휴가 중,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체력테스트와 면접을 거쳤다. 그리고 한 단체의 대장정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마땅히 걸어나갈 수 있었던 것들을 걸어나가지 못했었습니다. 훈련병 시절엔 행군에서 열외되었고, 3km 구보도 미처 제대로 뛰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가 부끄러웠고 지금은 매일 달리기를 연습해서 3km는 물론, 10km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제 두 발로 이 긴 거리를, 지나쳤던 걸어나가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해서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 이후에는 전역하고서 새로운 길에서 높게 도약할 힘을 얻게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면접 도중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제4회 DMZ 평화통일대장정, 15박 16일동안 DMZ 지역 155마일(350km)를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배낭이 지원되긴 하였지만 그 이외에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물건들이 필요했기에 배낭에 가득 채울 물건들을 따로 준비하였다. 그런데 이 걱정, 저 걱정, 이런저런 걱정들이 가득해져서는 짐들이 한가득이었다. 과연 내가 이것들을 모두 짊어지고 350km를 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보다도 물건들이 괜히 모자란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들이 더욱 크기만 했다.



그렇게 대장정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대장정의 출발은 7월 8일. 7월 휴가까지 부대에서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기다렸다. 선발된 120명의 대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내가 걸어나갈 길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대장정을 하면서 나는 어떤 생각들로 머릿 속을 채우게 될까에 대한 기대감들로 달력의 날들이 지워졌다. 그리고 7월, 24박 25일짜리 휴가를 나왔다. 부산집에 준비해두었던 짐들을 챙겨서 서울로 올라왔다. 대장정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는 의정부 신한대학교로 가기 전날 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았다.


그런데


다음 글에 이어서.



다음 글. #08-2. 배낭 하나 짊어메고서 (출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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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청춘로드 '빛글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기록을 남기며.
글을 쓰기도, 글을 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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