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Nov 19. 2017

달밤의 충전

충전 전원은 켜두셨나요?

3시.


늦은 밤, 아니 늦은 새벽, 아니 이른 새벽일까. 어제의 잠을 이루지 못해 오늘이 되어서야 어제의 잠을 자려 애쓴다. 오늘까지 붙잡고 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내려놓는다. 충전기에 꽂는다. 이불 속에 들어간다. 눈을 붙인다. 눈을 떴을 때 모든 충전은 다 되어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알람의 여운이 모두 가신 시간, 사람들은 이미 깨어있는 시간, 이불을 나선다. 어렵사리 눈을 뜨면 모든 충전이 끝났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집을 나서려 노트북을 충전기에서 빼낸다. 충전이 다 되어 있겠지. 그대로 쓰면 되겠지. 당연하게도.


노트북을 켰을 때, 당당히 그리고 당연히 전원은 가득할 것이다. 나는 그저 어제 못다한 어제의 일을 마치 오늘의 일인 것처럼 계속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러나 아뿔싸. 노트북의 배터리가 없다. 충전기 전원을 돌아본다. 전원이 꺼져있다. 당연히 켜져 있을 줄 알았는데, 당연히 충전이 다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당연할 줄 알았던 충전이 충전되지 않았다. 충전기만 꽂으면 충전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

.

.

눈만 감았다 뜨면 내 몸이 충전되고 다음 날을 무사히 견뎌낼 것이라 생각해왔다. 당연하게도.


노트북 배터리를 보며 생각한다. 잠시 자고 일어난다고 내 몸은 충전이 다 된 게 맞을까? 혹시 충전기만 꽂아두고 전원은 꺼둔 것은 아닐까? 충전 전원이 켜져 있다고 생각하고. 당연하게도.

매거진의 이전글 수족냉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