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라이세이 Nov 17. 2017

수족냉증

가슴의 온도를 아시나요?

누군가 그랬다.


손발이 차가운 사람은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고.


나는 손발이 차가운 사람이다. 겨울이 되면 먼저 손과 발이 반응한다. 차가워짐은 굳어버림과 비슷한 속성인지 손과 발은 굳어지고, 머리도 서서히 얼어 버리더니 생각은 정지한다.


가슴 위에 차가운 손을 가져다 대어 본다. '앗 차가.' 가슴이 뜨거워졌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손이 더 차갑다, 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슴이 더 뜨겁다면 이 차가운 손과 발을 녹여낼 수 있었을텐데.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뜨거운 열정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 모든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 아직 내 가슴은 그렇게 뜨겁지 않구나, 생각한다. 난 분명 손과 발이 차가운 사람은 맞는데.


종종 가슴이 차가웠으면, 하고 생각을 한다. 가슴이 차가운 냉정한 사람. 단칼에 제안을 거절하고 내 생각을 추진하는 사람. 확실히 내 가슴은 차갑지 않다. 이 차가운 손을 가슴에 대어 보면 안다. '앗 차가' 역시나. 하지만 가슴이 뜨거운 사람은 아니다. 이 차가운 손을 가슴에 대어 보면 안다. '앗 차가.' 이 차가운 손을 가슴에 대었을 때 손이 데였다면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을텐데. 이 차가운 손을 가슴에 대었을 때 가슴이 조금 따뜻해진다면 가슴이 차가운 사람이었을텐데.


나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손발이 차가운, 가슴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다. 이 수족냉증은 이 겨울 나를 얼마나 더 괴롭힐까. <수족냉증>

매거진의 이전글 흩어진 소리 조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