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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Aug 16. 2017

흩어진 소리 조각.

풍경이 깨졌다.
소리가 흩어졌다.

풍경(風磬) :[명사]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는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천장에 걸려있어야 할 풍경이 바닥에 있다.


바람이 불어오거든, 문을 여닫거든 '따랑, 랑' 소리를 퍼뜨리던 풍경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따랑, 랑' 소리도 흩어졌다.


깨진 풍경 조각을 주웠다. 흩어져버린 소리 조각은 줍지 못했다.


우린 얼마나 많은 소리 조각들을 흘리고 줍지 못하고 있을까.

주울 수도 없는 소리를 쉼없이 뱉어낸다.

보이지도 않는 조각들이 떨어진다.


내 소리 조각들은 어디로, 누군가에게로 떨어졌을까.

그 소리는 어떤 바람이 만들어낸 소리였을까.


'따랑, 랑' 바람이 만들어내던 풍경 소리가 오늘은 없다.


---


1년 전에 써둔 글이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꺼내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소리 조각들을 떠나 보냈을까.

나는 어떤 소리들을 뱉고, 어떤 생각을 해왔을까.

어떤 바람들이 있었을까.


뱉어두고 줍지 못했던 조각들을

이제부터라도 다시 짜맞추려 한다.  


다시 글을 써보려 한다.


늦은 밤 불어오는 바람에 창밖으로 풍경소리가 들린다.



글을 쓰기도, 글을 그리기도 합니다.

(Copyright ⓒ  2017  임영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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