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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24. 2017

만남이 남기는 것.

남이 남겨준 나를 만난다.

면접을 보았다.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묻길래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런저런 일이지 않을까, 답했다.


내 글을 보았다고 하였다. 감성적인 글을 보았다고 하였다. 섬세하다고 하였다. 덩치와 다르게.


집요할 것이고, 자존심이 셀 것이며 주장이 강할 것 같다, 하였다. 아마 아버지를 닮은게 아니냐, 하였다. 글은 엄마의 감일 것이오, 자존심이나 주장은 그러할 것이라 답했다.


계속 글을 쓰길 바란다고 하였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혼자만의 방에 잘못 갇히지만 말라 하였다. 외골수로 빠지기 쉬울 것이라 하였다. 조심하겠다고 답했다.


근래 만난 친구들 중 가장 확실한 생각과 방향성을 가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면접이 즐거웠다고 하였다. 즐거운 면접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던 나를 물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답했다.


나에겐, 글은 쓰면서 정리가 되었다. 생각은 말을 하며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남을 만나며 남았다. 나도 모르는 나를 듣고, 나도 모르던 나를 생각하였다.


남이 남겨준 나는, 그렇게 남은 나를 보여준다.


아빠보다 1살이 많으시고, 나와는 33학번 차이가 나는 면접관님을 만났다. 만남은 '만나서 남긴다.'의 준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남이 남겨줄 나를 마주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남에게 어떤 남일까. 나는 남에게 어떤 것을 남기고 있을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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