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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24. 2017

수첩이 수 첩 생긴 날

자랑처럼 글이 무성할 거외다.

수첩을 샀다. 원래 쓰던 수첩이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 새 마음으로 글을 쓰려 수첩을 샀다. 수첩을 사려니 앱을 깔면 수첩을 준다고 했다. 앱을 깔았다. 수첩을 받았다. 수첩을 샀더니 수첩을 줬다. 수첩 2개가 생겼다.

집에 돌아왔다. 사온 수첩을 꺼냈다. 원래 쓰던 수첩을 꺼냈다. 수첩이 3개였다. 그 옆에 어디선가 받아온 수첩이 보였다. 수첩이 4개였다. 수첩 하나에 수첩과, 수첩 하나에 수첩과, 수첩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수첩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중략)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수첩 위에도 자랑처럼 글이 무성할 거외다.

수첩이 없어서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쓰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수첩이 많으니 수첩 탓은 못한다 수첩이 수 첩이나 있다.

다 쓰는 날까지 수첩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지갑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중략) 오늘 밤에도 글이 수첩을 스치운다.

기차를 타고 지날 때, 수첩에 시를 쓰시던 윤동주님이 떠오르는 밤이다. <수첩이 수 첩 생긴 날>

에라이세이_ly

#윤동주 #별헤는밤 #서시 #수첩 #계절이지나가는하늘에는가을로가득찹니다
#글 #일상 #에세이 #에라이 #에라이일상 #에라이세이 #ly #감성 #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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