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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4. 2015

#003. 겨울, 시간.

이런 느낌이었다.

<겨울, 시간>


이런 느낌이었다. 

1년 전, 처음으로 초임병 배치를 받고 실무지에서 맞이한 아침의 느낌이.

겨울이었고, 차가운 날씨였다.

차가운 날씨만큼 마음도 시려웠다. 마음에 볕들 틈 없는 작대기 하나 이병이었으니까.


사람들은 하나, 둘 두꺼운 코트를 꺼내입었고, '깔깔이'라는 외피를 입거나 다른 두꺼운 옷들을 겹쳐 입었다.

훈련소에서 받은 겨울용 체육복, 그 이외엔 아무것도 가져온 것도, 쌓여온 것도 없던 작대기 하나는

그저 체육복 하나와 보급받은 가죽장갑 하나로 차가운 바람을 맞서야 했다.


걸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거칠 것도 없었다.

가장 얇은 표피로 자리했음에도, 가장 앞자리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앞서 말했지만 거칠 것이 없었으니 괜찮았다. 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끝까지 추워지기만 할 줄 알았던 날씨는 이내 따뜻해졌다.

얼었던 고드름도 녹고, 사람들도 가죽을 벗어냈다.

모두 하나같이 가벼운 차림으로 밖을 나섰다.


...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겨울이 왔다.

1년 전처럼 하나, 둘 두꺼운 코트를 꺼내입거나, 다른 두꺼운 옷들을 겹쳐 입었다.

1년만큼의 시간동안 작대기 하나에겐 늘어난 작대기만큼 옷들도 늘어났고,

보급받은 체육복 하나만이었던 작대기 하나는 이제 '깔깔이'도 마음껏 꺼내 입을 수 있게 되었다.


1년 전과 지극히 비슷한 온도이지만, 

지극히 다른 차림을 한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사람이 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또 시간은 흘러

이 겨울을 벗어나겠지.


언제나 지독하게 부지런하고,

언제나 지독하게 도망다니는

시간이니깐.






말 그대로 '글'로 '스케치' 줄여서 '글케치.'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들,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을
'글로 스케치'합니다.

페이스북엔 https://facebook.com/gleketch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프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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