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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Feb 12. 2018

멍 때리기, 명치 때리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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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 명치 때리기 말고.


요즘 뭐해, 라고 물으면 멍 때리고 살아, 라고 답할 때가 있다. 그냥저냥 뭔가 하는 것 같지도 않을 때, 그저 멍하니 딱히 무언가를 바라지도, 바라보지도 않은 상태로 있을 때, 멍 때리고 살아.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한 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멍하니 있는다. 무언가를 하지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채로. 잠에 빠지면 탈락. 깨어 있는 상태로  그저 멍하니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의 멍 때리고 살아, 는 탈락. 나는 잠에 빠지고 말아 버리니깐. 나는 꼭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거나, 어딘가에 걸리적 거리거나.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를 갈 때,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멍 때리기를 시도한다. 그 자리에서, 폰은 꺼내지 말자. 하지만 어느새 내 손은 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보며 걸리적 거리거나. 탈락.


집이거나,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 곳이라면 잠에 빠지는 잠만보라 그대로 잠들어버려서 탈락.


생각 어딘가에 커다란 멍이 있다, 고 하자. 시퍼렇게 물드는 그런 멍.


멍 때리기, 는 사실 그런 커다란 멍을 계속 때리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멍 때리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 없지 않나. 그 어느 시절의 사람들이 잠을 이기려, 외로움을 달래려 허벅지에 침을 찌르고, 꼬집고, 비틀어댄 것처럼 이 시절의 멍 때리기는 그야말로 커다랗고 시퍼런 멍을 퍽. 퍽. 퍽.


명치를 존나 쎄게 때리는 명존쎄는 진짜 아프다. 반대로 내 머리 속 어딘가에 있는 멍을 때리는 건 진짜로 아프진 않다. 그러니 명치 말고 멍 때리기. 멍 때리기가 쉽지 않으니깐 머리 속 커다랗고 시퍼런 멍을 퍽. 퍽. 퍽. 때리기. 두두둥 두드리기. 어쩌면 멍 때리기를 하는 동안은 머리 속에 북소리가 가득할 지도 모르겠다. 퍽. 퍽. 퍽. 두두둥.


에라이세이_ly /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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