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06LY
'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 노약자 등 실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
비가 와서 하루는 맑더니, 비가 오고 다시 흐려집니다. 미세먼지 탓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챙겨둔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립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 미세먼지도 모두 날아갈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미세먼지는 세차게 부는 바람을 타고 세차게 우리를 때립니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것으로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겠죠.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동시에 마스크를 끼고 다녔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을 보고도 서로 인사하는 사람들에 신기해합니다. 우린 정확히 상대방의 얼굴을 대조해 그 사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반쯤 가린 얼굴에도 금세 상대방을 알아봅니다. 당신이 알아본 상대방의 얼굴은 어떤 얼굴인가요?
사람들이 끼고 다니는 저마다의 마스크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마스크를 가집니다. '가면' 말이죠. '페르소나'라고도 부르는 그것. 보통 우리는 그의 '가면' 그대로 그가 그임을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본 가면을 끼고 있는 사람들은 대게 영웅이었습니다.
영웅들이 가면을 벗으면 영웅의 친구들은 그가 그 '영웅'이었는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가면의 힘. 영웅처럼 우리도 가면 속의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얼핏 본 가면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슬픈 우리의 함정.
반대로 가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핍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생겼었구나.'를 생각한다. 내 얼굴도 '내가 이런 식으로 생겼구나.'라고 새삼 놀랍니다. '가면'에 가려진 내 본 모습의 형태가 이런 걸까요?
한동안은, 아니 어쩌면 꽤 오랫동안 마스크를 챙겨 다니라고 합니다. 미세먼지 탓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우리는 '마스크', 그러니까 '가면'을 챙기고 다녔습니다. 이건 무슨 탓이었을까요? 이 '가면'이 벗겨지면, 그러니까 '가면'이 가면, 왜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처럼 이 '가면'이 가면 무엇이 오게 되는 것일까요.
취향관 관찰자. 글을 쓰기도, 그리기도 합니다.
Ly를 빠르게 발음하면 '에라이.' 취향관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