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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09. 2018

언어유희, '취향이 말장난'


자, 자, 취향관에서 살롱을 들어보신 분이라면 저를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사진을 찍거나 노트에 받아 적고 있는 사람. 그러다 자기소개 마지막 순서로 '저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임영재입니다. 취향관에서는 Ly, 빨리 발음하면 '에라이'라고 하죠.' 아직 저를 보지 못하셨다면, 글쎄요. 다음번에 같이 살롱해요. 제 소개는 이게 끝이 아니거든요.


'말장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언어유희'를 좋아합니다. 문학비평용어사전(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에서는 '언어유희'를 '다른 의미를 암시하기 위해 말이나 동음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방법으로,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하는 유희를 의미한다.(문학비평용어사전 '언어유희')' 라고 소개합니다.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하는 유희'라니 멋있지 않나요? 우리는 모두 말이나 문자를 쓰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하는 유희를 즐기는 일은 삶을 즐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취향관의 첫번째 시즌을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과 취향관을 찾는 게스트들이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Ly 2018


언어유희의 빨간 맛,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역시나 문학비평용어사전을 살펴보면 언어유희를 사용하는 기법에는 여덟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애매한 말의 기법. 둘째, 수수께기의 기법... 우리가 말이나 문자를 사용할 때, 일일이 모든 기법을 뜯어보진 않으니 이번 글에서 여덟가지 기법을 살펴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제가 생각하는 '언어유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건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건지 알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 것일테지만, 혹시나 또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는 표현.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띄어쓰기'를 배우며 처음 들었던 말입니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표현이었지만 저는 이때 처음 '언어유희'의 맛을 봤습니다. (빨간맛~ 궁금해 허니~) 제대로 쓰지 않은 표현에서 등장하는 의도치 않은 표현, 제게는 이런 것들이 줄곧 '언어유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초등학생 시절 들리는 대로 열심히 받아 쓰던 받아쓰기는 훌륭한 언어유희 연습의 장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낙서 같이 즐겁게 참여했던 180421 [아트살롱] 월간전시 '여린바람' ⒸLy 2018


그러다 얻어 걸리는 것들


'언어유희'가 진짜 힘을 발휘할 때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표현이 사용될 때입니다. 하지만 오타, 실수, 그리고 착각에서 비롯된 의도치 않은 '언어유희'가 적절한 순간에 발휘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번의 시도 중 하나 정도가 얻어 걸리기만 해도 고마운 일.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쓰려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에 중얼중얼 대답했고, 지금은 계속해서 글을 씁니다. 그러다 얻어 걸리는 표현들이 '언어유희'로 남습니다. 그렇지 않은 표현들은 '아재개그'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언어유희'와 '아재개그'는 한 끗 차이.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 타기를 합니다. 어떤 타이밍에 표현되는 지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는 타이밍의 예술. 언어의 마술사가 되기 전까지 언어유희라는게 참 그렇습니다.


카피라이터, 하필라이터.


언어의 마술사까지는 아닐 지라도 단어와 문장을 요리조리 조합하고, 만들어가는 일을 하는 '카피라이터'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오래토록 남는 카피를 쓰려고 무진 애를 쓰는 사람입니다. 비록 광고라는 분야가 지극히 상업적일 지라도 그들이 문장을 깎아내고,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은 예술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피라이터의 '카피'만이 카피는 아닙니다. 카피책(정철, 2016)의 저자 정철 카피라이터는


'카피든 에세이든 연애편지든 사람 마음을 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모든 글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카피라이터가 아닌 사람은 짧은 글로 사람 마음을 얻는 방법이라는 관점 하나만 붙들고 읽어주시면 됩니다.'(카피책, 2016, 12쪽)


라며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라는 카피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카피라이터 못지 않은 카피를 쓰는 글쟁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글이 아니더라도 괜찮고요. 카피라이터는 아니지만 '하필라이터'('카피라이터'에서 얻어 걸린 표현)로 하필 그 순간에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말이죠.


저는 취향이 말장난입니다. 그렇다고 대화할 때마다 말장난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취향인 말장난은 '언어유희'거든요. '언어유희'는 제가 원한다고 나오지 않더라고요. 제게 언어유희는 '얻어 걸리는 표현'들이에요. 많이 얻어 걸리려면 많이 써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고, 말을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궁금하네요. 다음에 같이 살롱해요! 

.

.

.

저는 이런 글들을.

아침 사세요, 아침.

멍 때리기, 명치 때리기 말고.

수리수리 마하수리, 쓰리쓰리 말을쓰리.

우리는 모두 이 세계에 '톡' 하고 떨어진 것이다.



글 / 임영재 (Ly)

<계간 취향관> 편집동인. 관찰기록자.

/ '글을 쓰기도, 그리기도 합니다.' (브런치 '에라이세이')

/ Ly를 빠르게 발음하면 '에라이.' 취향관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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