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재단사이다.
"시간은 두껍게 재단할 것."
우리는 모두 재단사이다. 숙련된 재단사는 똑같이 부여 받은 원단으로 능숙하게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재단하여 입는다. 더 숙련된 재단사라면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딱 맞는 옷을 재단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원단을 단번에 딱 맞게 재단하는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원단을 잘라보면서 많은 원단을 버리기 일쑤다. 그 중 아주 일부만이 우리가 그나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원단은 매일, 딱 하루치만큼만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원단이라서, 하루가 지나면 주어진 원단은 버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롭게 주어진 원단을 다시, 새롭게 재단해야만 한다.
그런데 능숙하지 못한 우리는, 괜히 그 원단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재단하려 들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재단하지 못한 채 하루치의 원단을 다 써버리기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야기하건대, 재단에 미숙한 우리는 시간이라는 원단을 두껍게 혹은 좀 넓게 재단하자는 것이다. 능숙하지 못하기에, 미숙하기에 많은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하나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재단하자는 것이다.
뭐, 물론 뭔가 꼭 거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우리의 시간으로 재단할 것에는 제한이 없으니깐. 그냥 친구를 만나는 일도, 미술관에 구경을 가는 일도,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것도 모두 시간으로 재단하여 만들어내는 옷인 셈이다. 가끔은 그 옷이 너무 헐렁해서, 또 가끔은 그 옷이 너무 작거나 꽉 맞아서 힘들 때가 많지 않나.
그런 옷들을 입어가며 내개 꼭 맞은 옷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조금 크고, 두껍게 재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작으면 아예 입어내지 못하지만, 일단은 큰 것은 입을 수는 있지 않은가. 그게 무엇이라도, 일단은 입어야, 우리가 우리 앞에 있는 이 문 밖으로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
#영글그림 #영재 #글 #그림 #시간 #원단 #재단 #재단사 #두껍게 #넓게
모든 저(영재)의 글과 그림을 올립니다.
사실, 진짜로 모든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글거림(영재+오글거림)'이라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한때의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