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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01. 2015

왜 내 코에서 '닭백숙 속 마늘' 냄새가 나는거지?

엄마가 오늘은 닭백숙을 하시나?

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깼다. 마치 '닭백숙 속 마늘' 냄새 같은 게 내 코를 가득 찔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린 눈을 비비며 돌아본 집 안에 엄마는 없었다. 닭백숙도 없었다. 그렇게 진하던 마늘 냄새마저.


꿈을 꿨던걸까?

냉장고에서 냉수를 따라 마셨다. 졸졸졸.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없다, 아무도. 

아 참, 어제부터 혼자 자취방으로 떨어져 살기 시작했지. 마냥 자유롭고 기쁠 줄 알았는데, 그저, 그렇다.
아직은 가족이 있는 집에서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마치  닭백숙 속에서 푹 익어 향이 더 짙게 베인 마늘향처럼. 그래서 아침에 '닭백숙 속 마늘' 같은 냄새가 내 코를 가득 채웠던걸까,라고 생각해본다.


방에는 아직 정리하다 만 짐들이 한가득이다. 그렇게 많지도 않으면서. 

다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모든 짐이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테지. 


그냥, 지금부터 다시 정리를 시작해야지.


나는 한 명인데, 풀어헤치는 짐마다 엄마랑 아버지로 가득하다. 

엄마가 가득한 아이스 박스 속 김치통은 냉장고에. 아버지로 가득한 오래된 책들은 그리 넓진 않지만 책장에. 

그렇게 한동안 옮겨 놓다보니 얼추 정리가 다 되었다.


꼬르륵.

참, 그러고 보니 아직 한끼도 미처 먹지 못했다. 열심히 정리했으니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지. 

이사짐을 정리한 날이니만큼 중국집 배달음식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왠지, 마늘향 짙게 베인 닭백숙을 먹어야겠다.


이왕이면 엄마가 해준 것으로.


어제부터 혼자서 생활하는 자취방으로 이사를 했지만,

그냥 자취는 내일부터 하지 뭐.


오늘은, 내가 먼저 장을 봐서

집으로 들어가야지.


아직은 난, 집에서의 느낌을 지울 순 없나보다.

마치 닭백숙 속에서 푹 익혀, 냄새가 더욱 짙게 베인 마늘처럼.






모든 저(영재)의 글과 그림을 올립니다. 
사실, 진짜로 모든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글거림(영재+오글거림)'이라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한때의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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