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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17. 2015

여전히 직립보행을 한 채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직립보행이 맞긴 한 걸까?

오스타랄로 피테쿠스는 직립보행 즉,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양 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자유롭게 양 손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다. 도구도 사용하고, 여러 기록도 남기고. 양손을 사용하며 인류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간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였고 인류는 여전히 직립보행을 한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디지털 기기들을 자유롭게 다룰 줄 아는 디지털 문명이 된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의 통신도 버튼 하나면 가능하고, 각종 정보도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주고받는다. 여전히 직립보행을 한 채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직립보행이 맞긴 한 걸까?



두 손은 언제나 디지털 기기에 맞닿아 있다. 두 발은 땅에 맞닿아 있다. 어딘가에 맞닿아 있는 두 발과 두 손. 자, 이제 '자유로운' 두 손은 어디로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내 두 손을 본다. 두 발은 여전히 땅을 디디고 버텨 서있다. 두 손이 두 발처럼 땅을 디디고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다른 곳에 의지해서 버티고 있다. 두 손의 사용으로 다양한 사고가 가능했던 인류는, 더 이상 사고하지 않고, 검색한다. 


'사고의 종료' 


너무나 자유로워진 탓일까? 그리고 너무나 발전해버린 탓일까? 자유로워진 두 손 덕분에 사고는 종료되었다. 더 이상 사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답은 쉽게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손을 조금만 놀리면 그만이다. 어떤 사고를 이을 필요 없이 손이 사고를 막는다. 그 손은 쉴 새가 없다. 어떤 것을 하나 보고 있자면, 어느새 다음 것으로 넘겨버린다. 어떤 영화에서 나온 대사였던가.


손은 눈보다 빠르다. 


요즘은 음악도 하나를 채 못 듣는다. 손에 쥐어진 mp3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내 손이 그만 다음 곡을 플레이해버린다. 손은 쉼이 없다. 언제나 어딘가에 맞닿아 있다. 여전히 두 발로 우뚝 선 직립보행을 한 채로다. 


두 발은 땅을 디디고 서있고, 두 손은 언제나 어딘가에 맞닿아 있다. 직립보행, 즉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양 손을 쓸 수 있게 되었던 그 인류는, 이제 어떤 인류로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퇴화한 것일까?






모든 저(영재)의 글과 그림을 올립니다. 

사실, 진짜로 모든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글거림(영재+오글거림)'이라는 대학 새내기 시절 한때의 별명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어쩌면 이것과 느낌이 비슷할지도.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 싶으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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