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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Apr 08. 2019

그제였으면 이제, 그제였으면 아직.

하루가 길어지고, 하루가 짧아졌다

하루가 길어지고, 하루가 짧아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리송하겠지만 정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조금 빨리 벗어나 운동을 하러 나서는 탓에 하루의 시작이 앞당겨졌다. 러닝머신을 뛰고 어떤 순서로 해야 좋을 지 모르는 헬스장 기계를 툭툭 건드렸다. 어느새 1시간이 지나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출근 복장을 입었다. 걸을까, 버스를 탈까 하다가 자전거를 타기로 타협했다. 다행히 공기는 상쾌했다. 미세먼지는 안녕. 그제였으면 이제 일어났을테다.


요며칠 전부터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출퇴근 자유 복장인 회사지만 옷장에만 쳐박혀 있기에 정장은 아깝다, 라고 말하며 언제든 면접을 보러 가도 이상하지 않으려 밑밥을 깐다. 그 팀 사이로 들어가 컴퓨터를 켠다.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본다. 6시 땡-퇴근을 하면 좋겠지만 5시쯤에 문제가 발견되었다. 내가 담당한 날의 작업이었는데 내가 작업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별 수 없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오늘도 야근이다. 별 일 없었다면 퇴근했겠지.


요즘의 우리 팀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분위기는 가라 앉았고, 계속해서 문제가 터진다. 이쯤이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총체적난국. 요즘따라 팀장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밤이 늦어지도록 다시 모니터를 쳐다본다.


집에 돌아온다. 출근할 때 입은 정장을 입은 채로 침대 위로 다이빙. 조금 어정거리다 아침에 돌려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넌다. 라디오를 켠다. 다른 날이었다면 예능이나 드라마 한 편을 봤겠지만 더이상 눈을 쓰기엔 너무나 피곤한 날이다. 아니다, 라디오도 이제 그만. 침대로 다시 몸을 누인다. 하루를 빨리 마무리한다. 하루가 짧아졌다. 그제였으면 아직 한참 놀았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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