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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08. 2019

일찍 자면 일찍 일어라디오

9시에 잤다. 3시에 일어났다.


생각해 보면 지금 일어나는게 맞다. 지금은 새벽 3시. 나는 어제 9시에 잤다. 여섯 시간을 잔 셈이다. 그 정도면 충분한 수면이다. 12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난 것과 9시에 자서 3시에 일어나는 것, 같은 시간을 잔 것이다.

사실 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자기로 했다. 곧장  눈을 감았다. 그게 9시였다. 그리고 3시,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아직 불은 켜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3시다.

새벽은 쌀쌀한 시간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는다. 조금이라도  쌀쌀함을 피하려 애쓰는 나를 보면  차라리 이불에 푹 들어가서 잠이나 더 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동을 가려니 헬스장은 아직 열지 않았다. 커피를 파는 카페도 아주 열지 않았을 것이고, 회사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들이 잠든 시간에 일어났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 오래된 냉장고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이 적막함에  귀는 먹먹해진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읊조린다. 온전히 내 생각과 내 목소리, 내가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해진다. 이건 꼭 내 이야기로만 가득한 라디오 같다. 사연은 나만 쓸 수 있다. #0903. 그리고 디제이는 음, 나다.

이 라디오의 이름을 정해 보자. 뭐가 좋을까. 잠깐 고민하다, 이렇게 하기로 한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라디오> 잘 잤어요? 여기는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지는, <일찍 자면 일찍 일어라디오> 지금은 새벽 3시, 저는 디제이 에라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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