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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8. 2019
요즘 장마의 땡땡이
이것 봐라. 별생각 없이 그냥 장마에 땡땡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주말 동안 집을 벗어나지 않고 시간을 때우는 일이란 생각만큼 유쾌하진 않다. 볕이 들지 않아 기본적으로도 습한 이 자취방에서, 장마철의 습도를 선풍기 한 대로 억지로 견디고, 어두운 낮 시간을 낮잠이나 자는 삶이란 그렇다. 평소에 애타게 기다려온 주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한때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서울대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 제목처럼 '주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줄곧 애타게 기다려온 무언가는, 애초에 그것을 왜 기다렸는지 충분한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해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다만 합리적인 척을 한다. 해서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큰 의미가 없어도 흘러간다. 장마에 대한 인간의 의미부여도 다만 그 순간의 충동성에 기인할 텐데 '찝찝한',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수준에 그칠지도 모른다.
무의미한 의미부여로 점철된 주말에, 평일 같았으면 퇴근시간인 6시 즈음에서야 침대를 벗어나 '이러면 안 되겠다'는 심적 불편함으로 억지로 집을 나선다. 그렇게 찾은 카페는 에어컨으로 애써 장마의 찐득함을 가린다.
문 앞자리에 앉은 나는 별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땡땡이 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들어오고, 곧이어 다시 땡땡이 바지를 입은 여자가 들어온다. 둘이 일행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디자인의 바지를 입은 두 여자가 들어오기에 '오늘은 땡땡이 날인가 보다.' 생각한다.
창 밖은 비가 그친 듯 보이지만 길 위의 사람들은 우산을 펼치고 걷는다. 장마라기엔 비가 드문드문 내린다. 방금 본 땡땡이 바지처럼 요즘 장마는 '땡땡이'다. 이것 봐라. 별생각 없이 그냥 장마에 땡땡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인간이라 이런 의미부여에 합리성을 찾기는 힘들다. 길 위의 사람들이 얼마 오지도 않는 비에 우산을 펼치듯, 이 주말에 그냥 생각을 펼친다. 큰 의미는 없다. 그냥 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