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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y 23. 2020

<일어나면 달리기, 퇴근하면 서점행>

<일어나면 달리기, 퇴근하면 서점행>으로 글을 쓸 생각이었다. '미라클 모닝'이 이야기하는 새벽 4시 30분의 기적을 수행하면서 말이다. 지난 며칠 동안은 4시 반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5시에 집을 나서 청계천을 달렸다. 그리고 그 며칠 이후엔 4시 30분에 일어나고도 다시 자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불을 껐고, 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달리기, 퇴근하면 서점행>으로 글을 쓰기엔 경험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4시 반에 일어나면 30분가량은 집 안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청계천을 따라 약 30분을 달린다. 청계천의 한쪽 끝은 회사가 있는 곳 근처라 매일 2번을 출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달리기 위한 마음으로 가까워진 청계천 끝은 출근과는 다른 기분이다. 그렇게 달리고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진짜 출근 전까진 개인 시간을 가진다. 주로 영상을 시청하는데(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차를 마시거나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곤 하지만) 어제 일찍 자느라 보지 않은 예능(가령 삼시세끼 어촌편이나 대탈출)이나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를 본다. 그리고 가볍게 아침을 챙겨 먹거나 공복인 상태로 출근하기.


요즘 출근은 8시에 하는 탓에 일찍 일어난 기운 그대로 출근을 한다. 그러고도 다른 사람이 출근하는 9시까지 1시간은 예열하는 시간이다. 이미 4시 30분에 일어났기 때문에 몸은 충분히 풀려 있지만,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만의 예열이 필요한 것은 회사원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런 이후에서야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5시가 가까워지면 퇴근 준비.


5시엔 저녁을 먹는다. 회사에서 무슨 저녁이냐고? 두유 1팩에 키토 파우더를 섞어 키토 셰이크(인테이크). 이렇게 먹으면 굳이 다른 한 끼를 먹지 않아도 된다. 이게 내 저녁이다. 입은 다소 심심하지만 그 덕에 퇴근 후 곧장 서점으로 향할 수 있다. 서점 문이 닫을 때까지 음식을 먹으러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되니까.

서점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그래서 앉을자리가 항상 있는.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읽으려 (노력)한다. 코로나 때문에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되어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다. 나를 끝까지 이끈 책이나 아쉽게 다 읽지 못한 책은 영업 종료 10분 전에 구매. 그리고 서점 밖 로비에서 책을 마저 읽는다. 그래서 사온 책들이 <2020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과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 것이다. 아침엔 달리고, 저녁에는 읽는 삶. 무기력하게 잠만 자던 내가, 나름대로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법.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회사원 A의 방식. 뭐 이런 팁 같은 느낌으로다가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려고 보니 오늘은 아침에 달리지 않았고, 퇴근하고 서점으로 향하지 않았다. 허니 <일어나면 달리기, 퇴근하면 서점행> 본격적으로 쓰기엔 뭔가 아쉬운 느낌.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달리러 나가는 것이나, 퇴근하고 곧장 서점으로 향하는 일이나 모두 일단 그 방향으로 발을 떼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 글도 일단 그 방향으로 발을 뗀다는 느낌으로 일단 작성해두기. 그러다 거의 매일을 달리고, 읽는 삶을 보내다 어느 날, 다시 <일어나면 달리기, 퇴근하면 서점행>으로 글을 써볼 생각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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