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기소개서에는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그건 '동기부여 전문가'라고 쓰인 나의 장래희망이다(대입 자기소개서와 대학 장학금 자기소개서에 썼다).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장래희망을 처음 본 면접관들은 대체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직업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말은 내가 지었노라고 답했다. 이 답을 들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조금 더 유심히 나의 서류를 살펴보았고, 내 대답에 집중했다. 그렇다. 나는 '동기부여 전문가'를 꿈꿨다.
내가 생각한 '동기부여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초등학생 시절에 보았던 <MBC 희망특강 파랑새> (http://www.imbc.com/broad/tv/culture/blue/)라는 특강 프로그램의 강사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유튜버로 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미경 tv의 김미경 원장, <젊은 구글러의 편지>라는 책을 쓰고 청년들의 멘토로 활발히 활동했던 구글코리아의 김태원 상무 같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동기부여'와 관련한 말을 전하는 '강사'인 셈이다. 정리해보면 나는 '강사'가 되기를 바랐다. 무대 위에서 혼자 마이크를 들고 있고, 무대 아래에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는 그런 모습.
그러나 이에 대한 생각은 서서히 무너졌다. 크게 다음의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고등학교에 특강을 하러 온 젊은 구글러 김태원 상무와의 대화 때문이다. 위와 같이 강연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용기 내어 이야기했다. 그는 '강연을 위한 강연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동기부여 전문가'라고 이름 붙인 '강연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 시절의 멘토가 단호히 말해준 것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 경험이 쌓이고 또, 철학이 생기면 그때 강연을 할 것을 권했다. 나는 곧장 무엇으로 내가 강연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낼 수 없었다.
둘째, 대학생 시절 강연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이크임팩트'라는 기업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청춘들을 위한 여러 가지 축제와 강연을 기획하는 집단이었다. '좋았어! 마이크임팩트에 취업하면 강연가로 가는 길을 열 수 있겠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찰나, 경영전략 수업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과제가 있었다. 내가 가고자 했던 '마이크임팩트'를 분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이크임팩트의 재무구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상태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었다. 이곳에 가서는 강연자는 고사하고, 매달 따박따박 월급 받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산업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연 산업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피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때의 생각이 맞았는지 곧 마이크임팩트와 관련한 여러 부정적인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들로 서서히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장래희망에 대한 생각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저 한 명의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내가 생각하곤 했던 ‘동기부여 전문가’는 온갖 책이며, 유튜브며, 오프라인 강연 시장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중 진짜 ‘동기부여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인 <MONEY>의 저자인 토니 로빈스도 이를테면 ‘동기부여 전문가’다. 작가이자 심리학자로 소개되지만 대통령부터 기업의 CEO, 학생 등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전략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그가 ‘Finance’와 관련한 동기부여와 재무적 목표 설정 및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자체도 이미 억만장자인 한편, 실제로 부를 거머쥐고 있는 부호들 50명을 인터뷰하여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의 법칙을 책에 실었다고 한다. 아직 내가 읽고 있는 부분까지는 그가 이런 책을 왜 쓰게 되었느냐에 대한 서두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읽지 못한 상태다.
최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주제는 ‘경제적 자유’다. 얼마 전에 읽은 엠제이 드마코의 <언스크립티드 UNSCRIPTED>(‘부의 추월차선’ 완결판)을 읽은 것도, 종이책으로 900쪽에 달하는 벽돌 책인 <MONEY>를 집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동기부여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일개 회사원으로 보내고 있는 지금이지만,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고, 읽은 내용으로 나의 하루하루를 바꿔나가다 보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면서 ‘동기부여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반대로 그동안 마음속에서 거의 지우다시피 한 ‘동기부여 전문가’에 대한 꿈을 다시 펼치면서 ‘경제적 자유’로 한 발 다가설지도 모른다. 그 여정에 있어서 일단 지금은 900쪽짜리 벽돌 책을 집어 든 것이다. 이 책이 과연 어떤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책을 더 읽어 나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