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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15. 2020

장미(나의 마음은 그대만 아네) - 가득 폈지

여름_6월 1일의 탄생화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해. 


가끔은 내 마음이 물웅덩이 같다는 생각을 했어. 밖으로 흘러 나가지 못하고 움푹 팬 곳에 머물러 있는 거야. 그렇게 고여 있는 물은 왠지 조금 외로워 보여.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모습이 조금 서글프게 느껴져. 


나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보다 그렁그렁 고여 있는 모습이 더 슬퍼 보이더라. 그 눈물은 흘러내리고 싶지만 흘러내리지 못하고 참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 나는 우는 법을 잊어버렸었어. 울어봐야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우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거든. 울 시간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자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 마음 같은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도 않았어. 어차피 내 이야기를 나보다 더 진심으로 대해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울지도 않고 씩씩하고 꿋꿋하게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점점 더 내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더라. 누가 다가와서 내 마음을 물어봐도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려서 말도 하지 못했어. 그런 내 모습이 꼭 가시만 있고 꽃은 없는 장미처럼 느껴졌어. 그리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순간부터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 내 가시로 다른 사람이 내게 다가오는 것 역시 막고 있었던 거야.

꽃은 폈다가 지고 말지만 어쩌면 꽃은 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꽃의 향기가 배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 꽃은 그 사람 속에서 계속 함께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꽃은 피어나면 누군가에게 전해져야 영원해지는 게 아닐까.  내가 너에게 꽃이라면 네가 내게 꽃이라면 서로에게 기억되고 향이 배어 든다면 그렇게 어떤 의미가 된다면 지지 않는 꽃이 비로소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의 마음이 꽃이라면 나 혼자 그 마음을 피웠다가 지게 만들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이야기하고, 슬프거나 힘든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이야기하며 따뜻함을 느끼고 말이야. 어떤 색깔의 마음이든 전해지면서 그 향이 다른 사람에게도 남아 있다면 좋겠어. 예쁜 마음만 전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으면 좋겠어. 슬픈 마음이든 힘든 마음이든 나눠지면서 또 그 나름의 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그렇게 마음의 꽃을 받는 사람은 단 한 명이어도 좋고... 아니, 단 한 명이면 더 좋아.


어느 날 예쁜 마음이 피어난다면 그 마음이 향하는 사람에게 전해져서 선물이 되어야 영원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해. 어느 날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 가득 폈지. 너의 마음이 내 마음에 가득 폈지."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만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해.


_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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