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_6월 30일의 탄생화
"아무 사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보니 인연이더라."
요즘 내가 들은 말 중에 가장 꽂혔던 말이야. 아무 사이가 인연이 되는 건 참 신비한 일 같아.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만난다.'라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걸 보면 신기해.
수많은 우연과 알 수 없는 힘이 겹치면서 인연은 만나게 되는 것 같아. 특별한 날이 아닌 우연한 어느 날 같은 장소에 있게 되고, 운이 좋아서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말을 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계획을 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의 용기나 어떤 알 수 없는 힘 덕분이고.
친구한테 어느 날 남자친구가 생기면 "어떻게 남자친구랑 만나게 되었어? 이 질문을 꼭 하고 싶어지더라. 그러면 친구들은 "진짜 신기해."라는 말로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 "내가 어쩌다가 거기에 가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이렇게, '어쩌다가'나 '그날따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
기찻길로 역과 역이 연결되는 것처럼 우연들이 연결되는 거라면 그 기찻길을 이탈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우연들이 서로 매듭을 지며 이어져서 운명이 연결되는 거라면, 그 매듭이 지어지는 순간마다 그 순간을 인지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어. 우리가 말로만 들어오던 운명의 상대와 새끼손가락이 빨간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만약에 그런 끈을 조금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 끈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
우연은 사전에 이렇게 나와 있어.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 문득 제일 강력한 일은 인과 관계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세상의 모든 자연법칙은 인과 관계가 있는 거라고 배우잖아. 모든 자연현상들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 속에서만 움직이고 있고 그 법칙을 알아가는 게 과학이고.
그렇다면 우연은 그런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인 거야. 어쩌면 가장 대단한 일은 비과학적인 일이 아닐까.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니까. 아무 사이가 인연이 되는 건 그냥 비과학적인 비현실적인 때로는 초현실적인 신비라고 해 두고 싶어. 논리와 설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그 우연들이 수없이 겹쳐지고 맞춰져서 만들어진 것. 그렇게 생각하면 대단하고 또 멋진 것 같아. 서로를 표현하는 말이 '인연'이 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기도 하고.
어느 날 이런 말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아무 사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보니 인연이었어."
_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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