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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23. 2020

백일홍(행복) - 처음과 같은 마음

겨울_12월 22일의 탄생화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 너한테는 그런 기억이 있어? 만약 어떤 마법사가 나타나서 기억 세 가지를 고르면 그 기억만큼은 절대 잊히지 않도록 해준다고 말한다면 어떤 기억들을 새겨두고 싶다고 말할 것 같아? 나는.... 꿈을 이룬 '처음'의 순간. 서로 사랑하게 된 '처음'의 순간. 이렇게 '처음'의 기억들을 잊고 싶지 않다고 말할 거야.


하루 동안 행복한 건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더 오래오래 행복한 건 어렵잖아. 그 이유를 고민해봤어.


우리가 길게 행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행복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인 것 같아. 대학에 합격하기만 해도 더 바랄 게 없이 행복할 것 같았지만 합격하고 나면 대학이 행복지수를 높이지 못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이에, 처음에는 단 한마디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이 벅차오르게 행복했으면서 그다음에는 두 마디를 필요로 하고 그다음에는 세 마디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할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는 이런 상황을 '마음 각각의 마비'라고 부르기로 했어. 마음 각각이 마비되면... 나한테 일어난 행운과 행복에 고마워할 줄 모르게 되어서 감동하지 않게 되고, 소중한 인연을 놓칠 수 있고, 자만에 빠질 수도 있고, 아주 아름다운 순간들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나는 그래서 '처음과 같은 마음'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 그리고 자주 '처음 느낀 설렘'을 떠올리곤 해.


 전기에 감전된 적은 없지만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짜릿한 행복을 느낀 적이 있지? 오랜 시간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 혼자 좋아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기적을 경험한 순간. 그런 순간들 말이야. 그런 순간들이 일상이 된 이후에, 그 행복을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기로 했어. 내 일상에 만연한 아주 흔한 소소함들이 처음에는 얼마나 짜릿하게 행복한 일들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역시 얼마나 짜릿하게 감사해야 할 일들인지,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어. 


변하지 않고 내 곁에 머물러주는 일상들, 처음에는 전율이 느껴지도록 설렜던 일상들, 지금은 잔잔한 물결 같은 마음이 된 모든 따스한 일상들. 오늘은 그 일상들을 두 팔 가득, 터뜨릴 듯이 세게 안아주고 싶었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키스처럼 매일을 살고 싶은, 허황되어 보일 만큼 이상적인 바람이 있어. 그래서 '처음'과 '같은' 마음을 꼭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어. 그 마음 감각이 마비되지 않도록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 너한테도 그런 기억이 있어? 만약 어떤 마법사가 나타나서 기억 세 가지를 고르면 그 기억만큼은 절대 잊히지 않도록 해준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떤 기억들을 깊게 심어 두고 싶어? 


_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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